◇예언이 끝났을 때/레온 페스팅거 외 지음·김승진 옮김/400쪽·2만 원·이후
심판 날 승천의 약속은 20세기 이후 ‘외계인에 의한 구원’으로 종종 대치된다. 선택된 자를 비행접시가 데려간다는 ‘메시지’는 지역사회의 지식인들에게도 통했다. 사진 출처 pixabay
16세기 초 유럽의 재세례파 교인들은 1533년에 지구 멸망이 올 것이며 14만4000명(!)이 고결한 왕국의 선택된 주민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멸망 없이 그해가 지나갔지만 이들은 오히려 더 강력하게 ‘곧 올 것이다’라며 믿음을 전파했다. 이런 일은 2세기 몬타누스파부터 잊을 만하면 반복되곤 했다.
이런 믿음은 왜 생겨날까. 예정된 날이 지나도 왜 많은 사람들이 믿음을 버리지 못했을까. 1954년 미국 미네소타대의 사회학자들이 현실의 종말론 집단을 찾아 ‘현장 연구’로 답을 찾아보고자 했다. 오늘날 연구 윤리상 용납되지 않는 위장 잠입 연구였지만 이 책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통찰과 인식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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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된 1954년 12월 21일이 다가오면서 언론과 전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밤이 지나고 집단의 일부는 실망하며 울었지만 일부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심히 ‘전도’를 펼쳤고 먼 지역의 지진 소식도 ‘종말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외계인을 군중 사이에서 보았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인지 부조화와 확증 편향에 대한 중대한 인식을 던져주었다. 인지 부조화란 한 사람이 가진 인식들이 서로 부합하지 않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어떻게 해소할까. 확증 편향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믿고 싶은 것만을 믿으며, 이와 대립되는 정보들 속에서도 원래의 믿음을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저자들은 다섯 가지 조건이 만족되면 ‘자신의 믿음이 명백한 사실에 의해 반증(反證)되어도 그 믿음에 대한 열정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말한다. 첫째, 어떤 사람이 깊은 확신을 갖고 무언가를 믿어야 하며 그의 행동이 그 믿음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둘째, 그가 그 믿음을 위해서 되돌리기 어려운 중대한 일, 즉 ‘투자 행동’을 해야 한다. 셋째, 그 믿음은 구체적이며 현실과 충분한 관련이 있어야 한다. 넷째, 그 믿음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반증이 있고 그 믿음을 가졌던 사람이 이를 알아야 한다. 다섯째, 그 믿음을 가진 사람이 같은 믿음을 가진 집단의 일원이거나 집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확증 편향은 광신적 종교 집단만의 문제일 수 없다. 옮긴이는 후기에서 “2020년의 우리가 아집과 분열을 넘어 생산적인 사고와 소통을 할 수 있기 위해 고민하는 데 이 책이 시대를 뛰어넘어 작은 단초가 될 수 있기 바란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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