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이 농업의 대안이다 〈1〉ICT 접목한 양봉업
양봉 자동화 농기계 제조업체인 대성이 만든 ‘채밀 기능성 벌통’의 테스트를 맡은 전북 진안의 한 양봉농가 농민이 벌통을 살펴보고 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제공
전북 진안에 사는 김완식 씨(33)는 2018년 양봉업에 뛰어들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양봉 일을 하는 아버지를 틈틈이 돕다 ‘양봉에 ICT를 접목하면 미래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직접 도전하게 됐다. 대학에서 신소재공학을 전공했던 것도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이 됐다. 꿈은 야무졌지만 시작부터 적지 않은 난관에 부딪혔다.
벌을 키우고 벌통에 모아진 꿀을 채집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꽃이 피는 계절이면 하루 종일 농장에 머물러야 했다. 특히 벌통에 가득 들어 있는 벌을 떼어낸 뒤 벌집을 옮겨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꿀을 걸러내는 이른바 채밀 과정이 무척 어려웠다.
광고 로드중
김 씨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양봉자동화농기계 제조업체인 대성이 만든 ‘채밀 기능성 벌통’을 6개월 동안 테스트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기능성 벌통은 양봉업에 ICT를 활용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양봉 농민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꿀이 2kg 이상 벌통에 모이면 스마트폰에 알람이 울리고 실행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꿀이 모아진다. 벌통 내외부 온도와 습도를 확인할 수 있고 벌을 키우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자동으로 공급할 수 있다. 꿀벌을 죽이는 말벌을 퇴치하는 장치도 탑재돼 있다.
김 씨는 “꿀이 얼마나 모였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벌을 쫓고 벌집을 꺼내 원심분리기를 돌려야 했던 과정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경숙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스마트팜사업팀장은 “기능성 벌통처럼 ICT를 활용해 농업 현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발굴하고 이를 실증해 지원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