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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제철 대목에…만개한 1억 4000송이 튤립 갈아엎은 네덜란드

입력 | 2020-04-13 15:59:00

사진 네덜란드 퀘켄호프 식물원 인스타


네덜란드의 대표상품 튤립이 제철을 맞아 만개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폐기되고 있다. 네덜란드 최대 꽃·식물업체인 로얄 플로라홀랜드에 따르면 지난 달 네덜란드 화훼농가에서 튤립 1억 4000송이를 포함해 꽃 4억 송이를 갈아엎었다고 뉴욕타임즈(NYT)가 12일 보도했다.

그간 세계 여성의 날, 부활절, 어머니의 날 등 기념일이 몰려있는 3~5월은 네덜란드 화훼농가의 대목으로 꼽혔다. 하루에만 약 3000만 달러 치 꽃이 거래되는 이 기간 네덜란드 꽃시장 규모는 약 76억 달러로 추산된다. 하지만 올해에는 공교롭게도 ‘제철’이 코로나19 확산 정점과 맞물리면서 피해가 커졌다. 3월에 만개하는 튤립 철에 전 세계적 봉쇄령이 본격화되면서 꽃 수요를 이끌던 각종 기념행사 및 공연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NYT는 “네덜란드 튤립 재배자들에게 올해 3월 ‘13일의 금요일’은 말 그대로 공포였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알스메이르 꽃 경매에서 튤립 가격이 계속 0원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튤립은 코로나19에 따른 산업, 국가간 연쇄적 도미노 피해의 직격탄도 맞았다. 네덜란드 화훼업계의 주 고객사였던 크루즈사들의 관광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이들 업체가 차지했던 고정수요가 그대로 증발했다.

또 화훼산업의 비중이 큰 네덜란드의 경우 소규모 꽃집은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유지할 경우(점원간 거리 1.5m) 영업을 허락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인접 유럽 국가들의 경우 꽃집 등 상점이 폐쇄돼 이들 국가로의 수출도 막혔다.

해마다 이맘 때면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네덜란드 리센 지역에서는 올해 튤립 축제를 비롯한 모든 야회 행사가 취소됐다. 리센에 위치한 네덜란드 최대 화훼공원인 퀘켄호프도 지난달 21일부터 폐쇄된 상태다. 이 기간 퀘켄호프에는 매년 약 150만 명이 찾아왔지만 올해에는 최소 5월 10일까지 폐쇄가 확정돼 이 기간 손실만 25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퀘켄호프 공원은 코로나19 속에서도 만개한 가지각색의 튤립을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소개하며 ‘랜선 튤립축제’를 이어가고 있다. CNBC는 “퀘켄호프 공원에는 500여 종의 튤립이 피어있으며 파란색, 검정색만 제외하고는 모든 색의 튤립이 있다”고 전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