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누비는 알록달록 ‘스니커즈’
미국 색채연구소 팬톤은 올해 유행할 색상 트렌드로 ‘다양한 색의 강렬한 조합’을 꼽았다. 역동적인 색상의 향연이 두드러지는 한 해가 될 것이란 뜻이다. 신발에서 그런 트렌드가 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평범한 봄을 만끽하긴 어려워졌지만 런웨이에서부터 자유분방한 길거리 패션에 이르기까지 알록달록 현란한 색으로 가득 찬 스니커즈는 화사한 봄기운을 먼저 몰고 온다.
가장 먼저 주목할 건 업그레이드를 마친 ‘어글리 슈즈’(굵고 투박한 굽을 가진 운동화)다. ‘인기의 정점은 지났다’라는 의견도 있지만 1970, 80년대 ‘패션 테러리스트’ 아빠들이 신던 울퉁불퉁 못생긴 운동화에서 ‘힙트로’(hiptro·최신 복고패션)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이 신발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 패션 카테고리 가운데 하나로 연착륙하고 있다. 실제로 올 시즌에도 대부분의 디자이너 브랜드는 어글리 슈즈를 포기하지 않았다.
광고 로드중
발맹, 클로에 등은 어글리 실루엣을 지키면서 핫핑크나 레몬, 네온그린 등 보색 관계인 여러 색상을 블록처럼 조립해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스텔라 매카트니 등 마치 팔레트에 풀어놓은 파스텔 물감처럼 밑창에 은은하게 그러데이션을 준 운동화는 ‘올 화이트(all white)’ 신봉자의 마음도 설레게 만든다.
어글리 슈즈의 물량 공세만은 못하지만, 몇 년간 지속되는 이 투박함에 조금씩 질려가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한결 얌전해진 단화형 스니커즈를 주력으로 내놓는 브랜드들도 있다. 이들 역시 색감을 강조하며 포인트를 준다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구찌는 깔끔하고 날렵한 테니스화 실루엣 안에 미키마우스, 애플패턴 등 톡톡 튀는 캐릭터와 색을 담아냈다. 샤넬도 신발 끈과 밑창에 포인트로 네온컬러를 입혀서 과하지 않으면서도 차별화되는 전략을 꾀했다.
만약 현란한 레인보부터 전위적인 메탈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워진 색깔 중 무엇을 고를지 고민된다면 올 시즌 네온(형광)의 부상을 잊지 말자. 민트 그린, 탄제린(감귤색) 등 촌스럽지 않은 파스텔 느낌으로 진화한 네온 컬러들은 발렌티노, 샐리 라포인트 등 여러 브랜드의 2020 봄여름 컬렉션에서 공통적으로 선보였다.
구찌가 2020 봄여름 런웨이에서 선보인 ‘울트라페이스’ 스니커즈. 네온 핑크, 옐로의 화려한 색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구찌 제공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