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주한미군한국인 노동조합 회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주한미군한국인노동자에 대한 무급휴직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3.20/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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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분담급 협상이 2개월여만에 재개됐지만 끝내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서 다음달 1일로 예정된 미군기지 내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 사태가 사상 처음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17~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7차 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초 회의는 이틀 예정이었지만 양측은 19일 오전 추가 협상을 벌이면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양측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했지만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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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상에 임한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지난 21일 오전 귀국하며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근로자들에 대해서 봉급이라도 주자는 양해각서를 제안해놓고 있다”며 “이에 대한 우선 타결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미 측은 본 협상 지연의 소지가 있다는 명분하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반대했다”고 밝혔다.
미 측은 4월1일 전까지 방위비 협상에서 원칙적 합의가 없으면 필수 인력을 제외한 5800여명에 대한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인건비 문제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 측 협상단은 이번 회의에서 본협상 타결을 목표로 하면서도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한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 문제 선타결을 시도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미 국무부 측은 이에 대해 거부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한미 방위비 협상이 2개월여만에 재개됐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서 무급휴직 사태가 사상 처음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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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샴포 전 주한미8군사령관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무급휴직에 따른 대비태세 악화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 실망스럽다”며 “코로나19 확산이 양국 경제에 미치고 있는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무급휴직은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추가적인 압박을 주는 불만족스러운 행위”라고 말했다.
무급휴직 우려가 높아지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인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는 20일 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주한미군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우리 한국인 노동자 모두가 출근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며 “끝까지 출근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한국인 근로자가 대량 이탈하면 주한미군의 전투준비태세가 약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고, 또 미국 측이 통보한 무급휴직 시작일이 10일 가량 남아 있기 때문에 한미 간 추가 협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달 중 다시 대면 협상을 벌이기는 힘든 상황인 만큼 추가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란 다소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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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과거에도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공백은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무급휴직이 현실화된 경우는 없었다. 6차의 경우, 2005년 6월29일에, 9차의 경우엔 2014년 4월16일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 때에도 근로자들의 급여는 정상 지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