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광화문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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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다음 주 중 임시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내려 ‘안 가본 길’에 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은은 13일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을 열었다. 또 이주열 한은 총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청와대 경제금융 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손발을 맞추는 ‘폴리스믹스’ 기대감을 높였다.
시장에서는 오는 18일 예정된 미 연준(Fed)의 정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지켜본 뒤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0%대 기준금리로 곧바로 진입하는 ‘빅컷(0.50%p 인하)’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치솟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금리인하에 따른 실물경제 부양 효과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정사실화…18일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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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이 총재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코로나19 관련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 회의에도 참석했다. 이 총재가 코로나19 관련 경제금융 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임시 금통위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과거에 하지 않았던 대책을, 전례 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전례 없는 대책’까지 요구한 이상 태생적 매파 성향을 유지해 온 한은도 더 이상 몸을 사리기 어렵게 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임시 금통위 개최를 기정사실화하고 FOMC 결과가 나온 18일을 가장 유력한 시기로 내다보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주 중 기준금리 인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했다”며 “만약 상황이 매우 급해지면 월요일인 16일에, 그렇지 않다면 FOMC 결과를 확인한 18일 임시 금통위를 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통위가 임시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조정한 사례는 2001년 9월19일(0.5%p 인하), 2008년 10월27일(0.75%p 인하) 두 번뿐이다. 임시 금통위는 한국은행법에 따라 의장(총재)을 비롯한 2명 이상의 금통위원이 요구하면 열린다.
◇ ‘재정+통화정책’ 폴리시믹스 가동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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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얼 SK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고 있어서 이전에 금리를 내려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이 금리인하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왔고, 최대한 버티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25%p만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금리인하 효과에 대해 의문부호가 따라붙는 것도 빅컷 가능성을 낮춘다. 한은은 전날 발간했던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의 실물경제 파급효과가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는 진단을 내린 바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 “신용증가는 시중유동성 확대 등을 통해 금융상황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종전에 비해 약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명시했다. 통화정책이 경기부양에 큰 효과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폴리시믹스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통위가 임시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관례대로 0.25%p 내리고, 재정정책으로 그 효과를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이 총재가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 회의에 참석해 폴리스믹스를 협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4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생산활동 위축은 기본적으로 보건·안전 위험에 기인한 것이어서 통화정책만으로 그 영향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향후 정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정부정책과의 조화를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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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 ‘안 가본 길’을 가게 된다. 기준금리 연 1.00%는 사상 최저치다. 금통위는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3년1개월 만에 내리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다. 이후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10월에 연 1.50%에서 1.25%로 한차례 더 내렸다. 연 1.25%는 지난 2016년 6월~2017년 11월 유지됐던 역대 최저치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