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잡을 ‘바이러스 게놈 정보 데이터’ 잇달아 공개
놀랍게도 과학자들은 워싱턴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각국이 자국 내에서 발생한 감염증 바이러스의 게놈 정보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어, 이를 분석하면 앞으로의 바이러스 확산 여부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게놈은 바이러스의 동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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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모든 염기서열을 담은 게놈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오픈 데이터다. 게놈에는 시간에 따른 전파 과정과 같은 역학에 중요한 단서들이 들어 있어 방역 정책을 세우는 데 유용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한 달에 1, 2개씩 게놈을 이루는 염기 분자가 다른 분자로 바뀌는 ‘변이’가 일어난다. 변이는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변이 종류는 퍼진 지역별로 다르다. 따라서 변이 수와 종류를 추적하면 직접 감염자 동선을 조사하지 않더라도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를 시간과 지역까지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다. ‘게놈 역학’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 국가 방역 전략의 핵심 정보
감염병이 확산될 때 바이러스의 게놈을 시기별, 지역별로 해독해 비교하면 바이러스의 확산 과정을 정교하게 알 수 있다. 사진은 게놈 해독 기술 기업인 영국의 옥스퍼드나노포어테크놀로지의 게놈 해독 장면이다. 옥스퍼드나노포어테크놀로지 제공
예를 들어 전체 대륙 중 가장 마지막에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남미 브라질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발원지인 중국이 아닌 이탈리아에서 바이러스가 건너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온 것으로 분석됐다. 워싱턴주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한 환자에게서 검출한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한국을 거쳐 미국에 도착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이 환자는 이미 워싱턴주 내에서 지역 감염이 이뤄진 뒤에 감염된 환자로 분석됐다. 한국은 12일까지 12개의 게놈 데이터를 공개했다. 모두 중국에서 온 것으로, 지역은 후베이성과 광둥성, 베이징 등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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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위성, 소셜미디어 정보로 ‘코로나19 경제’ 예측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무기로 사용되는 데이터는 게놈 정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공위성 영상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얻은 위치정보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처리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경제 상황을 점검하는 데 사용한다. 11일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낸 과학기술 매체 ‘IEEE스펙트럼’에 따르면 중국의 온라인은행 ‘위뱅크’는 미국의 위성 센티널-2로 찍은 가시광선 및 적외선 영상에서 공장을 찾아 AI로 분석해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산업 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이 분석에 따르면 1월 말 29%까지 떨어졌던 중국 내 공장 가동률은 2월 초 76%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자동차 생산 공장의 출고 대수를 측정하고, 소셜미디어에 기록된 위치정보로 출퇴근 인구를 분석하는 등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 감염병 사태 전후 경제 현황을 파악했다. 연초 평소 대비 10% 미만까지 떨어졌던 출퇴근 인구는 3월 초 55% 수준까지 회복돼 조만간 경제가 정상화될 것으로 위뱅크는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11일부터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해 마스크 판매점 위치와 재고 정보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 등장했다. 한국공간정보통신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기반으로 환자의 동선이나 선별진료소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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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