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뉴욕 그랜드 센트럴 기차역
미국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내부. 바닥은 테네시 대리석으로 마감했고, 천장은 2500개의 작은 조명을 박아 밤하늘 별자리를 연출했다. BTS는 이곳에서 4집 앨범 신곡 ‘온(ON)’을 처음 공개했다. 그림 이중원 교수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뉴욕은 오이처럼 뾰족하고 긴 섬이다. 섬 중앙에 직사각형 모양의 센트럴파크가 있다. 뉴욕의 남북 도로는 애비뉴, 동서 도로는 스트리트다. 도시의 모양 때문에 애비뉴는 넓고 길며, 스트리트는 좁고 짧다. 애비뉴가 스트리트보다 사랑 받는 이유다. 뉴욕은 애비뉴와 스트리트가 만드는 바둑판 문양의 도로를 가진 도시다. 격자 문양의 도로체계는 질서와 규칙을 상징한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규칙을 대각선 길 하나가 관통하며 변칙을 발생시키는데, 이 도로가 그 유명한 브로드웨이다. 브로드웨이와 BTS는 상통한다.
4개의 애비뉴가 뉴욕에서 특히 더 중요하다. 센트럴파크 동쪽 5번 애비뉴와 서쪽 8번 애비뉴, 그 사이에 있는 6, 7번 애비뉴가 중요하다. 브로드웨이는 5∼8번 애비뉴와 교차하며 X자형 광장들을 만든다. 이들이 매디슨스퀘어(5번), 헤럴드스퀘어(6번·코리아타운), 타임스스퀘어(7번), 콜럼버스서클(8번)이다. 이 중에서도 타임스스퀘어가 미래지향적인 미디어 광장으로 뉴욕에서 가장 핫하다.
뉴욕에서 이 역을 처음 방문하게 되면, 바깥에서는 펜 스테이션과 쌍둥이로 태어났다가 혼자 남은 신세가 짠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진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이 기습적인 놀람의 원인이 거대한 기둥, 섬세한 장식, 호텔 로비 같은 마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간을 두고 음미해 보면 훨씬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것에서 기인함을 깨닫는다. 이는 다름 아닌 길이 140m, 폭 40m의 방을 45m 높이에서 덮고 있는 아치 천장 때문이다. 이 넓은 스팬(지점과 지점 사이의 거리)을 저 높은 곳에서 돌로 둥글게 마감한 것이 놀라움의 원인이다. 초록색 아치 천장은 경쾌하고, 또 천장 곡면을 따라 촘촘히 박은 2500개의 작은 별자리 조명들로 우아하다. 철도왕 코닐리어스 밴더빌트는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려 군왕처럼 뉴욕에 입성하길 원했을 테고 건축가가 이를 이뤘다. 근사한 도시 관문이다.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장을 지낸 프랑스 건축가 베르나르 추미는 이곳을 “내가 뉴욕에서 가장 사랑하는 어번 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이곳은 방의 규모가 커져서 도시만 하고, 또 그 도시만 한 방은 BTS의 댄스처럼 경쾌하고 우아하다. 타임스스퀘어는 뉴욕 간판 광장이고,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은 뉴욕 대표 공공건축이다. BTS의 세계적인 명성도 이에 못지않기에 두 곳에서 공연했다. BTS의 차기 뉴욕 공연 장소는 어디가 될지 궁금하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요즘, BTS의 4집 앨범 ‘영혼의 지도’가 우리 사회에 새로운 생기를 부어주길 기대해 본다.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