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주제 사라마구 지음·박정훈 옮김/236쪽·1만6500원·해냄
책에는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린 시절부터 단어와 이야기에 푹 빠져 지내던 문학 소년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가 인터뷰에서 “나라는 사람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독자들이 알기 바란다”고 밝혔듯 저자의 사상적, 정신적 원천으로 향하는 에세이다.
“늘 풍경 속에 들어가 있었다”는 한 소년의 모습은 1920년대 포르투갈 골목길과 강변을 따라 유려한 필체로 묘사된다. 그를 길러낸 부모의 모습과 이웃들의 얘기도 초상화처럼 남아 있다. 물론 좋은 기억만 있던 건 아니다. 전쟁, 쿠데타를 겪으며 그가 느낀 두려움, 상처도 보인다. 매번 등장인물과 상황이 달라지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