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갤러리 ‘하우저&워스’… 조지 콘도-헨리 테일러 등 잇단 영입 갤러리-작가 윈윈 효과 기대에도… 일각 “작가 에이전시인가” 비판 일부 작가 작품값 급등뒤 급락도
지난해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전시된 조지 콘도의 작품 ‘Various Works’(2017∼2018년). 랠프 러고프 헤이워드갤러리 관장이 총감독을 맡은 본 전시에서 콘도의 작품이 첫 관문을 장식해 주목을 받았다. 동아일보DB
지난달 세계 3대 갤러리 가운데 하나인 하우저&워스가 콘도를 영입한다고 밝혀 미술계에 화제가 됐다. 1992년 스위스에서 출발한 하우저&워스는 미국, 영국, 홍콩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소속 작가만 91명에 달한다.
특히 미술계를 뜨겁게 달군 건 하우저&워스가 콘도뿐 아니라 헨리 테일러(62), 사이먼 리(53) 등 주목받는 작가를 대거 영입했다는 소식이었다. 며칠 새 비슷한 소식이 이어지자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로버타 스미스는 트위터에 “돈으로 원하는 작가를 다 영입한다면 그것이 예술 갤러리일까? 작가 에이전시일까?”라고 비판했다.
2014년 영국의 한 농장 옆에 문을 연 하우저&워스 서머싯. 최고급 조경의 정원과 식당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에마 파머·프란체스코 갈리 제공·ⓒLa Biennale di Venezia
지난달 하우저&워스에 영입된 미국 출신 작가 헨리 테일러의 2013∼2016년 작품들. 에마 파머·프란체스코 갈리 제공·ⓒLa Biennale di Venezia
“제가 초기에 알아본 작가가 잘 성장해서 국제적 대형 화랑으로 간다면, 쿨하게 보내고 남몰래 자축하는 게 제 꿈이에요.”
국제 미술전에 작가를 참여시킨 한 국내 갤러리 오너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A 씨의 말처럼 주목받는 작가가 대형 갤러리로 소속을 옮기는 현상을 최근 자주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팝 아트, 미니멀리즘처럼 각기 다른 사조와 특정 갤러리가 함께 성장한 반면, 지금은 초대형 갤러리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하우저&워스 같은 초대형 갤러리는 영입 소식만으로도 작품 가격이 뛴다. 여기에 작품이 알려질 더 많은 기회, 작가들과의 교류, 새로운 컬렉터 확보뿐 아니라 연구·출판이 늘어나는 등 여러 이유로 대형 갤러리가 작가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2014년 대형 갤러리에 영입돼 가격이 치솟았던 ‘좀비 포멀리스트 작가’(토바 아우어바흐, 루시언 스미스, 오스카르 무리요)들은 몇 년 새 가격이 원점으로 떨어졌다. 컬렉터들이 작품의 가치보다는 갤러리의 이름을 보고 투자하듯 일시적으로 작품을 사들여 높은 가격이 계속 유지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자본과 시스템이 갖춰진 곳에 좋은 작가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미술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성장하려면 작가들은 갤러리를 선택할 때 부수적인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는지가 아니라 갤러리가 작품의 가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