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청주 학천교 살인’도 추궁 1992년 사건, 범행 수법 유사 지난달 수원구치소서 탐지기 검사, “내가 안했다” 주장에 거짓 판정 3시간 법최면 중 격한 거부 반응… “그곳에 안갔다” 소리 질러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지난달 수원구치소 수사접견실에서 이춘재에게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진행했다. 이때 이춘재는 “학천교 사건은 내가 저지르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이 진술에 대한 신빙성 분석 결과는 음성(거짓) 반응이 나왔다.
이춘재는 지난달 22일 오후 3시간 동안 법최면 수사도 받았다.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오자 법최면 수사를 추진했다. 그는 최면 상태에서 다른 상황에 대한 진술과 달리, 학천교 사건 진술 도중 “그곳에 가지 않았다”며 소리를 지르는 등 격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법최면 수사에서 격한 부인은 검사 대상이 의도적으로 상황을 외면하려 할 때 주로 나온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당시 부검 결과 이 양은 발견 여러 달 전에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얼굴 곳곳에서 둔기에 맞은 상처도 나왔지만 범인 검거에는 실패했다. 수사본부는 양손을 스타킹으로 묶은 범행수법이 이춘재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법최면 수사에는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51)의 입을 열었던 프로파일러이자 수사본부 진술분석팀장인 공은경 경위 등이 투입됐다. 지난달 9월부터 이춘재에게 진술을 받아온 공 경위는 이춘재와 라포르(rapport·신뢰감이 깔린 친근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깊은 최면 상태로 이끌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최면에서 이춘재가 학천교 사건에 격한 거부반응을 보이자, 공 경위 등은 장면 전환을 유도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춘재는 포클레인에 탑승해 상하차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또 1990년 5월 포클레인을 처음 배우며 땅을 파던 장면을 떠올리고 “처음이라 무섭고 두렵지만 자신감이 생긴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일련의 성취 경험이 범행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분석에 들어갔다.
거짓말탐지기 검사와 법최면 수사는 현행법상 법적 증거 효력은 없다. 다만 참고적인 수사 단서로 활용된다. 조사는 진술분석팀이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이춘재를 설득해 당사자 동의를 얻은 상태에서 진행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