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한진칼 이사회 내용에 촉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다음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만간 주주가치 제고안 등 주주친화 당근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대립 중인 조원태 회장은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지까지 얻은 가운데 확실한 승부수를 내놓고 쐐기를 박겠다는 전략이다. 현재까지 조 회장 측 한진칼 지분율은 33.45%, 조 전 부사장 측은 31.98%로 지분율 격차는 불과 1.47%P에 그친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오는 6일과 7일에 각각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열리는 이번 이사회에서는 주주 결집을 위한 주주가치 제고안 등이 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조 전 부사장 측은 지난달 31일 공동 전선 구축 사실을 알리며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을 포함 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재무구조의 개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함께 공감했다”라고 했다. 조 회장 측은 이에 맞서 투명 경영,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했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에 따라 한진칼은 1년 전 내놓은 ‘비전 2023’과 연계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진칼은 지난해 2월에 오는 2023년까지 그룹 매출을 22조원으로 확대하는 등 내용을 담은 ‘한진그룹 비전 2023’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비전 2023’에는 재무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 주주 정시 정책 확대, 부동산 매각·개발 및 계열사 간 통합을 포함하는 사업구조 선진화 방안 등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후 한진칼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고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 보상위원회를 새로 만들기로 결정한 바 있다. 대한항공도 같은달 지배구조헌장의 제정,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 보상위원회 설치 등을 결의했다.
아울러 한진그룹 내 호텔 사업 축소나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진 호텔 사업을 정리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을 더 낮추는 것은 물론, 매각 대금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까지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비전 2023’에서 연내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힌 송현동 부지의 즉시 매각 등에 나서거나, KCGI가 지난해 한진 측에 요청한 전자투표제 도입을 만지작거릴 수도 있다.재계 관계자는 “한진칼 측은 조 전 부사장 연합군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주주가치 제고안을 내놓고 주총 표 대결에서 승기를 잡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칼 주총일은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의 주주 제안이 이뤄져야 확정될 전망이다. 주주 제안 시한은 주총 기준 6주 전이다. 한진칼 측은 주주 제안 내용을 확인한 이후 내부 정리를 거쳐 주총 소집을 결의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