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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수렁에 빠지다[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입력 | 2020-01-06 03:00:00


이란 정예군인들로 구성된 혁명수비대의 사열 받는 모습. 뉴스위크 웹사이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워싱턴 특파원

미국 유력 싱크탱크에 가보면 발에 차일 정도로 많은 것이 중동 전문가들입니다. 연구 인력의 절반 정도가 중동 전문가입니다. 미국과 중동의 관계가 시끄러울 때 이들의 주가는 올라갑니다.

드디어 중동 전문가들이 득세할 때가 왔습니다. 미국의 기습적인 공습과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보복 공격 등으로 중동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 어떤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Chest-beaters are making the usual war-like noises, the noises they always make.”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알려면 폭스뉴스를 보는 것이 빠릅니다. 폭스뉴스 앵커들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 열성 지지자였던 터커 칼슨 앵커는 이란군 실세를 공습한 것에 반기를 듭니다. ‘이란이 미국의 최대 적이냐’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무슨 이득을 얻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개입주의자들은 언제나처럼 호전적인 얘기를 떠들며 장단을 맞춘다”고 합니다. ‘Chest-beater’는 자기가 잘났다고 우쭐대는 사람을 말합니다. 칼슨은 미국의 개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오만한 이기주의자라고 본 것이죠.

△“They just can’t let it go.”

중동사태는 민주당에 악재입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공습 몇 시간 뒤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공화당은 전쟁 위험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탄핵에만 매달리는 민주당을 한심한 듯 바라봅니다.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의 말입니다. “그들(민주당)은 놔주는 것을 몰라.”

△Waist Deep and Sinking in the Big Sand.

‘일단 전쟁을 한다면 이겨야 하겠지만 애초에 전쟁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대다수 미국인들의 심정일 것입니다. 베트남전 당시 유명한 반전 슬로건으로 ‘Waist Deep in the Big Muddy’가 있습니다. 베트남의 거대한 진흙탕이 허리까지 차오르는데 승산 없는 전투에 내몰리는 미군의 비참한 상황을 말합니다. 미국 반전운동단체들이 이번에 만든 슬로건도 비슷합니다. 진흙탕 대신 중동 사막의 모래 수렁에 빠진다는 뜻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