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밴드 ‘본 이베어’ 리더 버넌
최근 해외 공연에서 기타 연주를 하는 저스틴 버넌. 그가 이끄는 미국 밴드 ‘본 이베어’가 내년 1월 그래미 어워즈를 뒤집어 놓을지 모른다. 밴드 음악의 전성기는 갔다고 믿는 이들을 위한 신선한 전위. 버넌은 “내게도 음악 영웅이 있긴 하나 그들의 위치나 예술성을 본으로 삼지는 않는다”고 했다. ⓒGraham Tolbert
본 이베어는 마침 내년 1월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릴 제62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후보로도 올라 있다. 이들을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e메일로 만난 본 이베어의 리더 저스틴 버넌(보컬, 건반, 기타)은 “근래 미국과 유럽에서 주로 공연 활동을 했는데 한국에 다시 가게 돼 무척 흥분된다. 기억이 너무 좋아 첫 내한 때보다 더 기대된다”고 했다. 첫 내한 공연은 2016년 2월이었다.
밴드 탄생기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연상케 한다고 하자 버넌은 “사실 그 시절이 그립다”고 맞장구쳤다.
“요즘 그때 기분을 다시 느끼려 노력 중입니다. 제가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밴드에는 더 좋은 일인 것 같아서요.”
본 이베어의 가사와 시각적 이미지는 음악만큼이나 쓸쓸하고 신비롭다.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른 ‘i,i’의 음반 제목부터 그렇다.
“라스타파리아니즘(자메이카에서 발달한 독특한 신앙)에서 일체(一體)의 관념을 따왔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이며, 따라서 타인 없이 개개인만으로는 정의될 수 없음을 뜻하죠. 친구도, 적도 우리를 정의하는 일부가 됩니다.”
밴드 ‘본 이베어’.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마이클 루이스(색소폰), 앤드루 피츠패트릭(기타, 건반), 저스틴 버넌(보컬, 건반, 기타), 매슈 매콘(드럼), 미국 투어 게스트 가수 파이스트, 젠 와스너(기타, 보컬), S 케리(드럼, 건반, 보컬). 리플레이뮤직 제공
“원래 가을을 제일 좋아하지만 여름의 위스콘신은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되죠. 노래 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역시 겨울이에요. 어쩔 수 없이 좀 멜랑콜리해지는데 그런 감정이야말로 노래에 녹여내기 가장 좋으니까요.”
‘올해의 레코드’ 후보에 오른 곡 ‘Hey, Ma’를 팬들은 대자연과 환경 문제의 은유로 본다. 돈, 탄광, 엄마가 반복되는 아리송한 가사 때문. 버넌은 즉답을 피했다.
“어떤 생각보다 더 포괄적이고 강력한 것이 때로는 순간적 느낌이에요. 이 곡도 마찬가지입니다.”
앨범 ‘i,i’는 그래미에서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올해의 얼터너티브 앨범’과 ‘최우수 패키지’까지. 뜻밖에 그래미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미국의 그래미보다 이들이 더 기대하는 것은 한국의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버넌은 “요즘 김치에 중독됐는데 역시 (한국) 현지에서 맛본 것이 최고였다”고, 다른 멤버 앤드루 피츠패트릭(건반, 기타)은 “(한국에서) 좋은 비빔밥과 김치를 찾아보겠다”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