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힘/캐런 할러 지음·안진이 옮김/284쪽·1만4800원·윌북
저자는 응용색채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20여 년간 색과 삶의 관계를 파헤쳐 왔다. 그는 일상에서 색을 활용해 심리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색채이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색이야말로 내 삶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언어다. 색은 상상 이상의 에너지를 지니며, 삶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흔히 ‘밝다’ ‘어둡다’ ‘예쁘다’ 정도로 색이 주는 추상적 느낌도 그 연원을 파헤치면 묘한 심리가 숨어 있다.
색에 대한 인류의 지적 욕구는 과학과 맞닿아 있다. 처음 색채이론을 창시한 이는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색을 신이 하늘에서 보내는 ‘신성한 빛’으로 여겼다. 모든 색을 자연의 4대 원소인 불, 흙, 공기, 물과 연관지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색에는 일정한 규칙과 질서가 필요했다. 그의 색채이론은 한낮의 흰색에서 시작해 한밤중 검은색으로 마무리되는 선형적 체계로 구성됐다. 이 색채구분법은 무려 2000여 년 뒤 뉴턴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색채 구분이 지구상 모든 곳에 일괄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색이란 문화, 관습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서구 국가에서 사별, 애도의 의미가 강한 검은색은 아프리카에서 경험과 지혜를 뜻한다. 중국에서 황제의 색을 뜻하는 노랑은 유럽에서 나약함과 배신을 상징한다. 과거 남성성을 상징하던 분홍색은 현대로 넘어오며 여자아이와 더 어울린다는 고정관념이 생겼다.
저자는 성격, 심리 테스트에 따른 네 가지 색의 조합군을 제시한다. 봄/장난스러움, 여름/고요, 가을/대지, 겨울/미니멀리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형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성향에 따라 네 가지 중 하나의 유형에 더 친근함과 에너지를 느낀다. 윌북 제공
책은 얼핏 보면 우리가 느끼는 색의 이미지를 한데 정리해 놓은 모음집 수준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색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리기에 우린 너무도 많은 색에 둘러싸여 있다. “색은 곧 인생”이라는 저자의 말도 밑져야 본전 아닐까. 그의 말에 따라 당장 월요일에는 자신감을 극대화해 주는 붉은 계열 옷으로 월요병을 없애 보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