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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병마에 맞서 싸우는 우리 엄마는 해적!

입력 | 2019-11-02 03:00:00

◇엄마는 해적이에요!/카린 쉬히그 글·레미 사이아르 그림·박언주 옮김/32쪽·1만2000원·씨드북(6세 이상)




엄마는 해적이다. ‘무시무시한 게’라는 이름의 배를 타고 보물섬을 찾아다닌다. 엄마는 모험을 시작할 때 말했다. “시간이 걸릴 거야. 우리 해적팀은 똘똘 뭉쳤고 선장님은 프로 해적이란다.” 엄마는 첫 전투에서 가슴 한쪽에 흉터가 생겼다. 창백한 얼굴로 돌아온 엄마는 뱃멀미를 했다며 토한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건 해적은 머릿니가 생길까 봐 머리카락을 박박 밀기 때문이란다.

어른 독자라면 눈치챘을 것이다. 엄마가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네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막내아들은 네 살이었다. 아이에게 엄마가 많이 아프다는 걸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고민하던 저자는 아이가 좋아하는 해적을 등장시켜 직접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아이가 무서운 마음에 울음을 터뜨리지 않고 투병 과정을 쉽게 이해하도록 애쓴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하얀 가운을 입은 해적들이 괴물에게 알약 포탄을 쏘고 대형 주사기로 액체를 발사하며 싸우는 그림은 의료진과 함께 병에 맞서는 엄마의 모습을 씩씩하게 담아낸다.

저자는 유방을 절제하고 항암 치료를 하며 회복하고 있다. 그림책 속 엄마 역시 보물섬을 찾아낸다. 무거운 상황을 명랑하게 전환시킨 상상력에 짝짝짝 박수가 나온다. 현실 속 많은 이들도 그들만의 보물섬을 찾기를.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