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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광역교통 비전, 예산 확보 못하면 ‘총선용’ 공수표 된다

입력 | 2019-11-01 00:00:00


수도권을 비롯한 5대 광역도시권의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소할 청사진을 어제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발표했다. 2030년까지 광역교통 철도를 2배로 늘리고 서울 올림픽대로와 부산 사상∼해운대 구간에 지하도로를 만드는 등 광역교통망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주요 거점 간 통행시간을 30분대로 줄이고 이용자들의 통행비용도 최대 30%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인들의 출퇴근 시간은 서울∼경기를 오가는 데 하루 평균 133분이 걸리고, 전국 평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 31개국 가운데 가장 길 정도로 악명이 높다. 인구의 80%가 대도시에 살고, 그중에서도 수도권에 2500만 명이 모여 살지만 지방자치단체 간 의견 조율이 어려워 교통대책은 더뎠고 교통난은 갈수록 심해졌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트롤타워 격인 대광위를 3월 출범시켰는데 이번에 처음 기본 구상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어제 발표는 그야말로 기초적인 밑그림이고 구체적인 노선 계획과 예산 마련, 건설 일정 등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철도와 도로는 계획부터 완공까지 7∼8년 걸리고 예산도 천문학적으로 많이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어제 발표된 광역교통망을 건설하려면 철도만 해도 매년 10조 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한다. 국토부의 한 해 사회간접자본(SOC) 전체 예산에 버금가는 액수다. 짓고 나서도 유지비용이 만만치 않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조차 매년 50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본다. 예비타당성 조사도 대충 넘기고 서둘러 착공했다가는 일부 노선의 경우 세금만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광역교통망 확충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17일 경제장관회의에서도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 투자의 역할이 크다”면서 “교통난 해소를 위한 광역교통망을 조기 착공해야 한다”고 했다. 대도시 광역교통망은 수도권 3기 신도시와 함께 이 정부 최대 토목건설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교통망 예정지를 따라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완 조처를 하면서 우리 기업들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총선용 ‘희망 고문’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꼼꼼한 실무 설계와 재원조달 계획부터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