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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 북한 교통 현대화도 미래기술 안목으로[우아한 전문가 발언대]

입력 | 2019-10-31 14:00:00

[4차 산업혁명과 한반도 통일]〈2〉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정치학 박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담은 USB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했습니다. 두 정상은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현대화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연말에는 남북한 공동으로 북한지역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실태조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철도·도로사업은 끊어진 선을 연결하는 사업이었다면, 문재인 정부는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철도를 설치하는 사업이라며 명칭도 철도현대화 사업이라고 불렀습니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는 북한과의 합작 사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도로든 철도든 북한의 인프라 개선 사업을 추진할 방법은 없습니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공동연구 단계도 시작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이 있어야 한걸음 내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일을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우리는 마냥 북핵 해결에만 모든 시선을 고정할 수는 없습니다. 통일이 가능한 현실로 다가올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미리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어차피 당장에 실현할 수 없는 철도와 도로 현대화 사업이라면, 보다 긴 안목에서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도로 현대화 사업을 생각해 봅시다. 우리나라의 도로 전체는 106,414km로 인구 100명 당 도로는 2.2km입니다. 일본의 9.8km, 미국의 20km에 비해 부족한 상황입니다. 북한의 경우는 도로 사정이 매우 심각해서 도로 총연장길이는 26,114km로 우리의 4분의 1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도로포장률은 25%입니다. 727km 길이의 6개 고속도로는 포장이 되어 있지만, 지방도로는 거의 비포장도로라고 합니다.

우리가 주도해 통일이 되는 상황, 적어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올 경우, 북한 지역 도로를 어느 정도로 현대화해야 할까요? 최소한 현재 우리 수준인 인구 1000명당 2.2km 수준은 되어야 할까요? 북한 인구가 우리의 절반 수준인 2500만 명 정도이니, 단순계산만 하더라도 현재보다 두 배로 북한의 도로를 더 만들어야 할 겁니다. 차량등록대수도 2000만대인 우리에 비해 북한은 27만대에 불과하니, 북한의 도로의 총길이 뿐 아니라, 도로 폭도 현재 보다 몇 배로 늘여야 할 것이구요.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변수를 더 넣어보고자 합니다. 지난번 첫 글에서 언급한 바처럼, 대한민국은 두 개의 특이점을 동시에 대비해야 합니다. 즉 통일이라는 미래 뿐 아니라 미래 기술 즉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진전도 동시에 고려해야 해야 하죠. 그러면 미래의 교통수단도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자율자동차는 북한에 대한 도로 현대화 사업을 가능하게 할 시점이면 더욱 보편화될 것이고, 이를 도로 현대화 계획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는 거죠. 우리 정부도 이미 2027년이면 완전자율주행(레벨4)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반 승용차의 경우 시속 100km 속도에서는 100m의 안전거리가 필요합니다. 그럼 자율자동차는 얼마만큼의 안전거리가 필요할까요? 센티미터 단위로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하기 때문에 1m면 충분할 겁니다. 불필요한 통행도 90% 감소하고, 차량 보유 대수도 90% 감소하는 것으로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게다가 물류형 드론이 확산된다면 더욱 도로의 수요는 줄어들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유인 차량을 기준으로 남북한 통합 도로교통망을 구상하고 있다면 전체 길이와 폭, 그리고 연결 방법까지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요?

철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로서는 15년전인 2004년에 개통된 KTX와 같은 고속열차가 북한으로서는 탐이 나겠지만, 좀더 장기적으로 본다면 2017년 이미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시험주행을 성공한 하이퍼루퍼와 같은 신형고속열차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철도연구원에서 기술연구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하이퍼루프의 핵심장치인 1/1000 기압 튜브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KTX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4차산업혁명 기술 발전에 발을 맞춰서 다양한 스마트모빌리티 운송 수단을 감안한 철도계획이 고안되어야 할 겁니다. 이래저래 현재로서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유통기한이 지나고 있는 느낌입니다. 차제에 긴 안목에서 한반도 전체의 도로, 철도 교통망이 새롭게 구상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