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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원년 투톱 정의용-서훈은 롱런?

입력 | 2019-10-29 03:00:00

개각 늦춰지면서 거취 관심 커져
남북-북미관계 삐걱대지만 3차 북미 정상회담까진 유임 예측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임만을 대상으로 한 ‘원 포인트 개각’ 방침을 밝히면서 외교안보 라인 투톱이자 원년 멤버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8일 “최근 들어 정 실장이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2년 반 넘게 청와대에 근무해 몸이 힘든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북-미 관계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점도 이유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 실장은 지난해 3월 대북 특별사절단으로 평양에 다녀오고, 곧이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날 정도로 남북미를 잇는 핵심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서 원장만큼 북한을 잘 아는 인사는 없다”며 “서 원장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대북 접촉을 이끌었고,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서 원장은 7월 한일 갈등이 시작된 이후 일본과의 물밑 접촉에도 발을 담근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첫 남북미 정상 회동을 이끈 두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 개선의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는 “외교안보 라인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정 실장이 물러나면 그 후임은 서 원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두 사람의 교체에 대해 “아직은 아니다”는 기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협상의 마지막 고비라고 평가받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두 사람이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방위비 분담금 등의 실무를 맡고 있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역할이 커지면서 정 실장의 필요성이 높아진다는 의견도 있다. 한 친문(친문재인) 진영 인사는 “통상 분야에 오래 일해 거침없는 김 차장과 정통 외교관료 출신으로 신중한 정 실장은 스타일이 다르고 서로 상보적인 측면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두 사람을 함께 휘하에 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전했다.

서 원장 역시 국정원에 대한 강한 장악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대북 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장이 교체됐던 8월 국정원 인사 역시 문 대통령이 서 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맡겼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각 부처와 기관에서 수시로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리지만 여전히 국정원에서 올린 보고서의 질이 가장 좋다”며 “각각 73세(정 실장), 65세(서 원장)인 두 사람은 총선 차출 자원도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롱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