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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화의 멋, 개성만점 커피맛… 젊은층 발길 이어져

입력 | 2019-10-28 03:00:00

[스트리트 인사이드]성수동 수제화거리-카페골목




서울 성동구 성수동 카페골목에 위치한 카페 ‘어니언 성수’(왼쪽 사진). 폐공장을 카페로 리모델링했다. 같은 골목의 카페 ‘대림창고갤러리컬럼’은 물류창고를 고쳐 카페 겸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2일 서울 지하철 2호선 뚝섬역 4번 출구로 나서 50m가량 걷다 보니 외관에 구두가 그려진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횡단보도를 건너니 거리에 죽 늘어선 가게마다 전시된 다양한 디자인의 수제화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철 교각 하부에 설치된 8개의 매장 앞에는 걷다가 수제화와 가죽 제품을 구경하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교각 아래 좁은 골목에선 가죽을 실은 자전거들이 바삐 지나간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거리의 풍경이다.

○ 도심에서 풍기는 가죽 냄새


국내 최대 규모의 수제화 생산 단지인 성수동에는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을 중심으로 5km 반경에 수제화 공장 300여 곳과 부자재 판매상 200여 곳이 몰려 있다. 가죽은 물론 수제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바닥창, 장식, 버클, 끈 등의 부자재를 쉽게 구할 수 있어 영세 수제화 업체가 많이 모여 있다.

2017년부터 이곳에 자리 잡은 윤지훈 컴피슈즈 대표(37)는 올 초 수제화거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제화를 만들어 준 장인이다. 그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예복과 함께 신발을 맞추러 오거나 발이 기성 제품이 맞지 않아 수제화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성수동을 둘러보다 수제화 만드는 모습에 호기심을 느껴 신발을 맞추는 고객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공정을 한 땀 한 땀 손으로 하는 수제화는 기성품보다 견고하고 발도 편하다”며 수제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수제 가죽 서류가방을 파는 파이수의 김현우 대표(38)는 취미로 가죽 제품을 만들다가 아예 업으로 삼은 경우다. 그는 “제가 만든 가방만 들어도 ‘패셔너블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컴피슈즈와 파이수는 성동구가 마련한 공동판매장에 입점해 있다. 거리가게 부스 형식의 공동판매장은 1년에 사용료 300만 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어 임차료 부담이 적다. 공동판매장 맞은편의 2층 건물에는 ‘성수수제화 희망플랫폼’이 2017년 9월 들어섰다. 시민들이 체험공방에서 만든 수제화부터 구두 명장들이 만든 제품까지 전시돼 있다.

○ 다닥다닥 붙은 ‘뉴트로’ 감성 카페들


수제화거리에서 뚝섬역 1번 출구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으면 블루보틀 국내 1호점이 나온다. 붉은 벽돌이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이곳은 올해 5월 개장일에만 1000여 명이 찾은 명소다. 성수점에 이어 삼청동점과 강남점 등이 생겼지만 여전히 블루보틀 성수 카페에서 커피를 맛보려면 줄을 서야 한다. 매장 앞에 마련된 포토 스폿에선 테이크아웃 잔을 들고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블루보틀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가면 본격적으로 카페골목이 나타난다. 대부분 주택이었으나 몇 년 새 개성 넘치는 카페로 바뀌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있다. 최신 건물에서는 보기 힘든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이 카페이자 문화 활동을 즐기는 곳으로 바뀌기도 했다.

카페골목을 찾는 이들은 ‘뉴트로(Newtro·새로움과 복고의 합성어) 감성’과 개성을 매력으로 꼽는다. 성수동 카페골목에서 만난 이은주 씨(25·여)는 “성수동의 카페들은 개성이 강하다. 올 때마다 풍경이 달라지는 느낌에 매력을 느껴 성수동 카페골목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김민정 씨(28·여)는 “겉모습은 오래된 주택 같은데 내부는 이른바 ‘힙’한 카페가 많다”고 설명했다.

수제화거리와 카페골목이 성수동의 양대 ‘힙 플레이스’로 자리 잡았지만 고민도 있다. 독특한 카페는 점점 늘고 있지만 수제화 매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카페를 찾는 젊은이들의 발길을 어떻게 수제화거리까지 이어지게 할지도 숙제다. 수제화 장인 A 씨는 “최근 많은 업체들이 온라인 판매에 힘을 싣다 보니 성수동 수제화거리의 장점이 빛바랜 느낌”이라며 “성수동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인근 점포가 모두 카페로만 채워지는 것은 걱정”이라고 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