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스마트폰에서 열이 발생하는 원인은 바로 반도체 고유의 특성 때문이다. 일단 반도체는 전기에 대한 저항을 갖춘 '반(Semi, 半)' 도체 상태의 물질이며, 동작을 위해 전류를 흘려 넣는 것에 대한 저항이 열에너지로 전환된다. 반도체 관련 사전에서나 접할 법 한 얘기지만, 우리는 항상 일상에서 이 현상을 경험한다.
가장 가까이라면 스마트폰이 뜨거워지는 현상이 있고, 보다 확실하게 접할 수 있는 예시는 바로 데스크톱 CPU와 그래픽 카드다. 스마트폰의 발열은 내부 방열판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인 데 반해, 데스크톱 부품은 금속 방열판으로 열을 분산시킨 다음 쿨링팬이나 냉각수로 식혀야 할 만큼 많은 열이 발생한다.
반도체 발열을 잡기 위한 냉각 장치인 방열판과 쿨러, 이를 연결하는 서멀 그리스
그래픽 카드는 기판과 방열판, 쿨러로 구성돼있다. (출처=IT동아)
발열을 해소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일단 반도체에서 발생한 열이 금속 방열판을 타고 퍼진다. 그 다음 방열판과 연결된 쿨러가 이를 냉각한다. 발열을 해소하는 매질이 공기면 공랭식, 냉각수면 수랭식으로 분류한다. 발열을 해소하는 효율이 높을수록 장치 성능과 안정성이 향상된다.
내부 확인을 위해 쿨러와 그래픽 카드를 분해했다. (출처=IT동아)
열전도 효율이 높은 서멀 그리스를 쓸수록, CPU 및 그래픽 카드의 발열 해소 성능이 더 좋아진다. 이는 곧 그래픽 카드의 성능과 안정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민감한 오버클로커, 수랭 쿨러가 적용된 커스텀 PC 제조, 고성능에 집중하는 마니아는 서멀 그리스를 교체하거나, 공랭식을 수랭식으로 변경하기 위해 그래픽 카드를 분해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그래픽 카드 분해는 보증 A/S 취소 사유인 외관 손상 및 개조
원래 서멀 그리스는 점성이 있는 겔(Gel)상태이나, 시간이 지나면 딱딱하게 변질된다. (출처=IT동아)
그래픽 카드의 열전도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분해 이외에도, 유지 관리를 위한 목적으로 쿨러를 분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서멀 그리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서 열 전달력이 크게 떨어지는 소모품이기 때문이다. 매일 그래픽 카드를 쓰는 사용자라면 최소 1년 6개월, 자주 쓰지 않더라도 3년에 한 번은 서멀 그리스를 교체해야 발열로 인한 고장을 막을 수 있다.
그래픽 카드 분해 시 반드시 풀어야하는 위치에 봉인 씰이 있다. 훼손 시 무상 A/S가 거부된다. (출처=IT동아)
그런데 높은 성능을 위해 공랭식 쿨러를 분해하고 수랭식으로 변경하거나, 기존에 있는 서멀 그리스를 제거하고 고성능 서멀 그리스로 교체하는 것, 통상적인 유지 보수를 위해 1~3년을 주기로 직접 서멀 그리스를 교체하는 것 모두 사용자 임의에 의한 개조에 해당한다.
서비스 센터에서 임의로 쿨러를 분해했다는 것을 확인하면 무상 A/S 기간이 남았어도 유상으로 수리하거나, 환불 및 교환, 수리 모두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유지 보수가 필요하면 센터 방문, 개조가 필요하다면 개조된 완제품을 구매해야
3대 그래픽 카드 제조사인 MSI, 기가바이트, 에이수스 모두 봉인 훼손시 유상으로 A/S를 진행한다.(출처=각 사 홈페이지)
이와 관련해 에이수스 그래픽 카드 관계자는 "현재 에이수스 그래픽 카드의 무상보증기간은 구매 영수증 일자를 기준으로 3년이다."라며, "분해 및 개조는 보증 취소 사유에 해당하며, 제품의 유지 보수가 필요한 경우, 직접 처리하기보다는 공식 서비스 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무상 A/S를 목적으로 봉인을 위조하는 경우, 무상 보증 기간이 남았더라도 보증을 취소할 수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