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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명길, 김혁철보다 권한 더 없어 보여”

입력 | 2019-10-23 03:00:00

美관계자, 스톡홀름 협상 상황 전해
“北 외무성국장 협상 시작할때 김명길 앞에 녹음기 올려놔”




5일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한 수석대표로 처음 나섰던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전임자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보다 더 협상권한이 없다고 미국 대표단이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협상 상황을 잘 아는 미 정부 관계자는 “권정근 전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협상을 시작할 때 김명길 수석대표 앞에 녹음기를 올려놨다”고 밝혔다고 외교 소식통이 22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항상 협상 내용을 녹음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북-미가)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날 북한이 처음으로 녹음기를 외부로 꺼냈다”며 “우리(미국) 이야기보다 김명길 대표의 말을 녹음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김 대표가 전임(김혁철)보다 더 협상권한(mandate)이 없다고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톡홀름 협상은 미국이 주로 설명하고 북한이 듣는 양상이었다고 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비롯한 미국 대표단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등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가지 합의사항 관련 선택지와 청사진을 먼저 제시하면 김명길이 마지막에 준비된 입장을 밝히는 식이었다는 것. 이는 김명길이 실무협상 결렬 후 읽은 입장문 내용과도 유사해 미국 입장을 듣고 발언했다기보다는, 사전에 정리된 평양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던 것으로 미국 대표단은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실무협상이 조속히 재개될 가능성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비핵화 합의 성과보다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 대화’를 만드는 데 역점을 뒀지만 실패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국무부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친서를 주고받다가 정상회담이 갑자기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재개할 때 북-미 대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 북한이 미국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는 게 협상 대표단의 우려”라고 전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