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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독감의 계절… “늦어도 내달까지 예방접종하세요”

입력 | 2019-10-17 03:00:00


사진 출처 freepik

가을이 깊어지면서 일교차가 심해져 인플루엔자(독감)에 주의할 시기가 돌아왔다. 인플루엔자는 독감이라는 이름 때문에 흔히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독감은 코 기관지 폐 등을 통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감기보다 전염 가능성이 높고 폐렴과 뇌염 패혈증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크다. 증세가 심하면 숨질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7년 말∼지난해 초 미국에서 4882만 명이 독감에 걸려 7만9416명이 관련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산됐다. 예방접종에 대한 불신으로 미국 성인의 독감 예방접종률이 50% 미만인 영향이 컸다. 올해 호주에서도 독감이 크게 유행해 662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남반구에서 유행한 독감은 수개월 뒤 북반구에서 유행할 가능성도 있어 보건당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 임신부도 임신날짜 상관없이 예방접종을

독감은 영·유아와 노인, 만성질환자처럼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바이러스가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김창수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2017년 질병관리본부의 의뢰로 진행한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인한 초과 사망률 추정’ 연구에 따르면 2012년 하반기∼2015년 상반기 세 번의 겨울 동안 ‘초과 사망자’는 1597명이었다. 초과 사망자는 독감에 걸리지 않았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말한다. 독감이 한번 유행할 때마다 500명 이상이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을 맞이하는 셈이다. 초과 사망자의 79%는 65세 이상이었다.
 
독감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70∼90% 예방 효과가 있다. 접종 시기는 10, 11월이 좋다. 독감은 대개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유행한다. 백신 접종 후 약 2주 뒤 항체가 형성되며 면역효과는 평균 6개월가량 지속된다.
 
15일부터 전국 보건소와 지정 의료기관에서 독감예방주사를 무료로 맞을 수 있다. 무료 접종 대상은 생후 6개월∼12세 549만 명을 비롯해 임신부 32만 명, 만 65세 이상 약 800만 명 등 모두 1381만 명으로 국민의 약 27%다. 만 75세 이상과 생애 첫 독감 예방접종하는 아동은 17일부터, 만 65세 이상은 22일부터 무료 접종을 받을 수 있다.
 
임신부는 임신 주수(週數)와 상관없이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임신부가 독감에 걸리면 합병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크다. 산모의 몸에서 만들어진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 전달돼 예방접종을 할 수 없는 6개월 미만 영아의 감염을 막는 효과도 있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권영근 교수는 “임신부가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자연유산, 조기분만, 저체중아 출산 등의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 건조하면 감염 위험 높아
 
이미 독감을 앓고 완치했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인플루엔자는 대개 A형 바이러스 두 종류와 B형 바이러스 두 종류에 의해 감염되는데 한 가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낫더라도 나머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항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겨울에는 A형 인플루엔자가, 올봄에는 B형 인플루엔자가 유행했다.
 
백신은 포함된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3가와 4가로 나뉜다. 3가는 A형 두 종류, B형 한 종류의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다. 3가 백신에 없던 야마가타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이를 보완한 것이 4가 백신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건강한 성인은 대개 3가 백신으로 적절한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손을 자주 씻고 코와 입을 가급적 만지지 않아야 한다. 여러 사람이 만지는 물건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어서다. 기침을 하고 콧물이 흐르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실내 습도 조절에도 신경 써야 한다. 공기가 건조하면 호흡기 점막이 약해져 바이러스가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며 “적절한 운동과 수면시간을 유지하고 충분한 영양 섭취로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