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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제 선방”이라는 靑, 기업들의 ‘생존 위기’ 아우성 안 들리나

입력 | 2019-10-15 00:00:00


이호승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13일 “한국 경제는 선방하고 있다”면서 경제 위기론을 일축했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비즈니스 사이클(경기변동) 요인’이라고 했다.

지금의 경제상황이 사전적 의미에서 경제 위기는 아닐지 모른다. 경제에는 심리적 요인이 커서 자꾸 “경제가 나쁘다”고 하면 더 나빠질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미 경제 성숙기에 접어든 선진국들과 성장률을 비교하며 한국이 선방하고 있다는 정책 당국자들의 인식은 동의하기 어렵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말 2.6∼2.7%에서 한국은행 기준 2.2%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 ING그룹 등 해외 기관들의 전망치는 1%대로 떨어진 지 오래다.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11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기업들의 경기전망지수 역시 내리막이다. 어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글로벌 경제가 동시적 스태그네이션(장기 경제 침체) 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그중에서도 수출과 성장률 하락 속도가 가장 가파른 축에 속한다.

경제 기초체력은 떨어지는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화학물질관리법 같은 노동 및 환경 규제가 갑자기 한꺼번에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늘었다. 일본의 수출규제처럼 다른 나라에 없는 위협 요소까지 가중됐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개혁은 더디기만 하다. 어제 조선산업 중소기업 대표들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내년에 중소기업들에 주 52시간제가 일괄 시행된다면 생존 위기에다 산업 붕괴 우려가 있다”고 호소했다. 기존 산업들은 생존을 걱정하고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산업들은 중국에도 추월당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주소다. 정부 당국자들이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거나 외부 탓만 하는 안이한 생각에 빠져 현실을 외면한다면 정말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