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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미루고 中은 농산물 구매… 무역전쟁 15개월만에 ‘미니딜’

입력 | 2019-10-14 03:00:00

美中, 1단계 합의로 급한 불 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1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날 미중 양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을 피하는 ‘미니 딜’을 이끌어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워싱턴에서 이틀간 고위급 무역협상 끝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을 피하는 ‘미니 딜’을 이끌어냈다. 중국은 이 대가로 미국산 농산물을 최대 500억 달러(약 59조3000억 원)어치 구매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 대해 “매우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미국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시작된 무역전쟁이 약 15개월 만에 부분 합의를 통한 단계적 합의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하지만 미뤄 둔 핵심 난제를 다룰 후속 협상들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트럼프 “가장 위대한 합의”


미국은 이번 합의에 따라 15일부터 25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상품에 대해 25%였던 관세율을 30%로 올리려던 방침을 보류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부들을 위한 역대 최대 규모의 합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 대신 중국은 400억∼500억 달러어치의 미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했다.

이번 협상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확전을 피하고 2단계, 3단계 합의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양측이 무역전쟁 종식보다 확전을 피하는 ‘미니 딜’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시행 중인 관세 조치에 변동이 없기 때문에 실물경제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다만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경제 투자 심리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에도 트윗에 “중국과 이뤄낸 합의는 이 나라 역사상 위대하고 애국적인 농부들을 위해 이뤄진 가장 위대하고 큰 합의”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별다른 양보 없이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가 미뤄진 것을 두고 ‘중국의 승리’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술 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보호 등 미국이 요구한 중국의 산업통상 정책 개혁 문제가 논의됐지만 2단계 이후 합의 과정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WSJ는 “중국은 무역 갈등 초기에는 서둘러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며 “중국 관리들은 갈등을 오래 끌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는 데 주력하는 식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전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경제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못할 것을 간파했다며 “시간은 중국 편”이라고 평가했다.

○ 한국 정부는 ‘신중론’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중국 측 협상 대표인 류허 부총리와 만난 후 기자들에게 “1단계 합의 이후 곧바로 2단계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무역전쟁의 종결에) 매우 가까이 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지만 연말 이전 최종 합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농민들이 땅을 더 사고 더 큰 트랙터를 사야 할 것”이라며 자찬했지만 중국 측은 구체적인 농산물 구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후속 협상에서 이견이 불거질 수 있다.

중국 최대 정보통신회사인 화웨이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는 2단계 합의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주 미국 재무부가 내놓을 환율보고서에 중국을 환율 조작국에서 해제할 것인지가 1단계 합의 이후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번 미중 간 무역전쟁 부분 합의에 대해 당장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향후 논의를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정부와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단기적인 중간재 수출 감소가 아니라 장기적인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밸류 체인의 변화”라며 “현재로서는 미중 무역분쟁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