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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 고달픈 인생 얘기를 들으니 너무 마음이 아프고 서글프더라. 그래서 그 사람들하고 한 3~4분을 울었다. 내가 목민관인데 못 챙겨줘서 미안하고 죄송하고 속상하다면서 복받쳤다.”
지난 7월9일 유덕열(65) 동대문구청장은 고가 사다리를 탔다. 청량리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농성중이던 세입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오랫동안 속칭 ‘청량리 588’에서 불법 성매매와 직접관련 있던 사람들이었다. 이미 6개월 동안 재개발 현장에서 농성을 벌이다 건물 옥상 농성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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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구청장은 아직도 이들의 안위를 보살피고 있었다. 전화통화도 하고 병문안도 갔다. 구청장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27일에도 이들과 점심 약속이 되어 있다고 했다. 농성은 풀었지만 이들의 요구사항이 아직 완전히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이유를 묻자 유 구청장은 “내가 아니면 도와줄 수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실제 유 구청장은 구청장실까지 찾아오는 민원인의 호소를 길게는 1시간 넘게 듣는다고 했다. 민원을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들어주는 것 자체가 그들의 맺힌 한을 어느 정도 상쇄시킨다는 설명이다.
이들의 고공 농성 해소로 지난 1995년에 시작됐다 중단된 청량리4구역이 무려 24년 만에 본격적인 재개발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집창촌’인 ‘청량리588’의 나쁜 기억은 사라지고 곧 ‘천지개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는 2023년이면 청량리역 바로 옆에 6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4개 동과 호텔, 백화점, 공연장 등을 갖춘 42층짜리 랜드마크 타워 1개 동이 들어서게 된다. 청량리4구역 주변의 동부청과시장 정비사업과 청량리3구역 재개발, 성바오로병원 부지 오피스텔 건설 추진 등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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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역 건너편에 위치한 1978년 건축된 미주아파트 역시 재건축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야말로 청량리 일대가 과거와는 완전히 새롭게 달라진 서울 동북권 교통·상업·주거·문화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유 구청장은 관내에서 발생하는 자살관련 보고를 받으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자살자를 줄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편이다.
덕분에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의 날 행사때 전국 지자체 중 동대문구가 자살예방 노력을 인정받아 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구청 직원들도 열심히 하지만 자살예방을 위해 어려운 계층을 도와주는 재능기부자가 동대문구에 1500여명이나 있다고 자랑했다. 이들은 ‘자살 고위험군’ 사람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찾아가고 도와준다고 했다.
유 구청장은 구 현안중 하나인 ‘전농동 학교부지’와 관련해 서울교육청이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학교 설립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지만 계속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학교를 짓지 못할 경우 주민들에게 보상할 수 있는 좋은 시설 유치를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계속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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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설과 관련해 유 구청장은 “직무에 충실하겠다”며 “현재까지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인이고 조직인이니까 그때 가서 보는건데, 자발적으로는 출마, 선거운동을 안할 생각”이라는 여지는 남겼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