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10일 공개한 아이폰11프로 모습. (애플 제공) © 뉴스1
‘콧대’ 높던 애플도 역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 상황에 무릎을 꿇었다. 전작 대비 뚜렷한 혁신은 찾지 못해 대신 ‘가격 인하’로 소비자 불만을 상쇄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애플 스페셜 이벤트 2019’ 행사를 열고 아이폰11을 공개했다.
제품은 아이폰11과 아이폰11프로, 아이폰11프로 맥스 등 총 3종으로 각 모델은 64기가바이트(GB), 256GB, 512GB로 나뉘어 출시된다.
대신 가격 경쟁력을 승부수로 띄웠다. 애플이 처음으로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11의 가격을 전작인 아이폰XR보다 50달러(약 6만원) 싼 699달러(약 83만원)로 책정했다.
아이폰11프로는 999달러(약 119만원)부터, 아이폰11프로 맥스는 1099달러(약 131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이는 전작인 아이폰XS와 아이폰XS맥스와 같다.
애플인 아이폰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이 급격하게 아이폰 가격을 올린 건 지난 2017년 아이폰 10주년 기념작 ‘아이폰X’를 출시할 때다. 애플은 아이폰X의 출고가를 999달러로 책정했다. 전작인 아이폰7과 비교할 때 450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54만원) 비싼 가격이다.
처음으로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아이폰XS맥스 모델의 가격 인상도 수긍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톱10에 아이폰XS맥스가 9위에 오른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이번엔 가격 인상이 전혀 없다. 저가 모델에서는 오히려 가격을 전작 대비 내렸다. 아이폰 신제품에 이렇다할 ‘혁신’이 담기지 못한 탓이 크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역성장이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1월 2017년 4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을 발표하면서 직전년도 동기 대비 9% 역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역사상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역성장은 지난해 내내 이어졌다. 매 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직전년도 동기 대비 적었다. 흐름도 심상치 않았다. 지난해 1·2분기 출하량은 직전년도 동기 대비 각 약 1000만대 적었다.
원인은 스마트폰 성능이 고사양으로 평준화된 데다 ’가성비‘를 무기로 내세운 중국 후발업체의 가세로 교체 주기가 길어진 데 있다. SA가 밝힌 최근 미국인들의 스마트폰 평균 교체주기는 약 33개월이다. 국내는 약 28개월이다.
결국 혁신 없는 아이폰이 가격까지 올린다면 화웨이에 뺏긴 점유율 2위 자리를 되찾는 것도 모자라 3위 자리 유지도 어렵겠다고 판단한 것이 가격 정책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아이폰의 비싼 가격 때문에 적게 팔고도 많은 이익을 남긴다”며 “그러나 이익도 스마트폰이 팔려야 하는 건데 세계 시장이 좋지 않다보니 애플도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내리거나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