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
이번 사태는 우리 산업계에 크게 두 가지 시사점을 남겼다.
첫째, 산업의 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강국이라지만 핵심 소재는 대부분 일본에 의존하고 있었다. 당장의 비상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정 국가에 대한 산업 의존을 해소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이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광고 로드중
둘째, 품질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불화수소가 바로 그것. 반도체 공정에는 순도 99.999% 이상의 고순도 불화수소가 사용되는 데 일본이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9가 12개 들어가는 순도 99.9999999999%의 제품은 일본에서도 2개 업체만 만들 수 있다. 순도가 99.9%에서 99.99%로만 올라가도 가격이 30% 뛴다고 한다. 품질이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도 품질에서 나온다. 순도 99.9%짜리 불화수소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관건은 완제품의 성능을 좌우할 정도의 고품질 소재·부품·장비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느냐이다. 품질 경쟁력이 곧 위기 해결의 열쇠다.
품질 혁신의 인적 기반은 마련돼 있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품질 향상을 위해 조직과 인력을 확충한 결과 국내 9600여 개 사업장에서 5만7000여 개의 품질분임조가 활동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품질분임조가 해결한 산업 현장 내 문제는 16만 건에 달한다. 이들의 활동 범위는 품질 관리를 넘어 상품기획과 양산, 디자인은 물론 기업의 미래 먹거리 발굴로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국가 품질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012년 15위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계속 20위권을 맴돌고 있다. 품질 혁신에 대한 산업계 전반의 인식이 부족해서다. 경쟁력을 높인다면서 비용 구조만 들여다보고, 원가 절감 방안만 찾아 나서는 관리 중심의 경영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광고 로드중
26일부터 5일간 거제 마리나리조트에서 ‘2019 전국품질분임조경진대회’가 열리고 있다. 기업 현장에서 거둔 품질개선 우수 사례를 발표하는 품질혁신의 전국 체전이다.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공공기관의 다양한 품질혁신 사례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혁신 성장에 목마른 기업인들이 많은 영감과 통찰력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논어에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본이 바로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산업의 기본인 품질 경쟁력을 바로 세워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
이승우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