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
벤틀리가 설립 100주년 기념으로 만든 EXP 100 GT 콘셉트카. 벤틀리 제공
몬테레이 카 위크의 하이라이트는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페블비치 골프 링크에서 열리는 클래식카 디자인 경연)다. 미국에서도 손꼽는 고급 골프 리조트에서 호화롭고 고급스러운 클래식 카들의 경연이 펼쳐지는 만큼,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는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들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고객이 한 곳에 모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여러 럭셔리 및 스포츠카 브랜드가 다양한 방식으로 행사에 참여해 판매 중인 모델을 전시하고, 클래식카나 새로운 모델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무대로 활용하기도 한다.
8월 15∼18일 열린 올해 행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역사가 1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자동차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전통과 가치를 알리는 모델들을 선보여 많은 이의 시선을 끌었다. 럭셔리 ‘하이퍼 카’ 브랜드로 이름난 부가티는 특별 한정 모델인 ‘첸토디에치(Centodieci)’를 내놓았다. 이 차는 부가티 설립 110주년과 역사의 전환점이 된 한 모델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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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블 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서 공개된 부가티 110주년 기념 모델인 첸토디에치. 부가티 제공
비록 뿌리는 달라도 EB110은 부가티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EB110이 아니었다면 부가티의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질 수 없어서다. 브랜드 탄생 110주년이 된 올해, 그 의미와 상징성을 담아 만든 모델이 바로 첸토디에치다. 첸토디에치는 ‘110’을 뜻하는 이탈리아 말이다.
첸토디에치는 현재 생산되고 있는 ‘시롱(Chiron)’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롱은 2016년 등장한 뒤로 특별한 차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다양한 특별 모델로 변형되어 소량 생산되고 있다. 첸토디에치 역시 그중 하나다. EB110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부가티 고유의 말발굽 모양 그릴이 담긴 차체 부분, 옆 유리 뒤쪽에 배치한 다섯 개의 작은 원형 공기흡입구 등 EB110의 디자인 특징을 변형해 담았다.
16기통, 배기량 8.0L, 터보차저 네 개를 더해 무려 16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엔진은 기본형 시롱보다 20kg 더 가벼워진 첸토디에치를 정지 상태에서 불과 2.4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게 만든다. 최고속도는 안전을 위해 자동으로 제한되는 수치가 무려 시속 380km에 이른다. 부가티는 첸토디에치를 앞으로 2년에 걸쳐 열 대 한정 생산하는데, 대당 800만 유로(약 107억 원)의 가격표가 붙었음에도 이미 판매가 완료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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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가 전시한 차 중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 먼저 공개된 콘셉트카 ‘EXP 100 GT’였다. EXP 100 GT는 2035년의 럭셔리 모빌리티를 주제로 벤틀리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구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벤틀리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그랜드 투어링 카, 즉 고성능 럭셔리 승용차의 미래상을 엿볼 수 있는 이 차는 고전미와 현대미를 결합한 스타일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EXP 100 GT는 최대 700km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전기 구동계를 갖추고 바람직한 미래 고성능 럭셔리 카 상을 제시한다. 벤틀리 제공
실내는 첨단 인공지능(AI) 기술과 새로운 고급 소재가 어우러지도록 꾸몄다. 조명, 소리, 향기, 공기질과 같은 탑승자 주변의 환경은 물론 탑승자의 몸에 닿는 좌석이나 실내 스크린에 표시되는 정보 등을 스스로 학습해, 탑승자의 취향이나 상태에 맞춰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AI는 학습한 정보를 무선 인터넷을 통해 저장하고 학습과정을 공유할 수도 있다.
이전까지 럭셔리 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바이오 소재도 폭넓게 활용했다. 목재 장식에는 자연적으로 죽어 5000년 간 물속에 잠겨 있던 나무를 써서 만들었다. 차체를 칠한 페인트는 재활용한 쌀 겨에서 추출한 물질을, 일부 내장재에는 와인을 생산하면서 부산물로 얻은 소재를 가죽처럼 보이도록 가공해 사용했다. 영국산 크리스털과 양모, 면 등 새롭고 친환경적인 소재를 폭넓게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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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