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김선영 지음/232쪽·1만3000원·라이킷 ◇인간의 마지막 권리/박충구 지음/312쪽·1만6000원·동녘
죽음이라는 말에는 ‘생명을 잃은 상태’와 ‘생명을 잃어가는 과정’이라는 뜻이 포함된다.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인간의 마지막 권리’의 두 저자는 과정으로서의 죽음에 있어 개인의 존엄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아일보DB
폭풍의 시기라는 중2 가을, 아빠는 암 진단을 받았다. 1년가량 남아있었다. 사춘기 딸은 아빠와 엄마의 고통과 절망에 함께했다. 어른이 된 딸은 종양내과 전문의가 되어 매일 삶의 마지막 단계에 놓인 환자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기억 너머의 책을 찾아내 읽는다. 1년여의 투병 기간 동안 아빠와 그를 간병한 엄마가 남긴 기록을 엮은 책이었다. 환자 가족으로서의 기억과 의사로서의 현실. 그 두 각도에서 죽음을 바라본 경험이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에 담겼다.
‘인간의 마지막 권리’는 신학대에서 평생 사회윤리학을 가르친 저자가 ‘죽음을 이해하고 준비하기 위한 13가지 물음’을 부제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만나는가?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고통이 없는 죽음은 가능한가? 나아가, 죽음은 삶의 마지막 책임 영역인가? 그 숙고는 윤리와 철학, 종교를 넘어 과학과 의학의 전문 영역을 넘나든다.
‘잃었지만…’의 저자도 같은 질문에 대해 숙고하는 자리를 마련해 두었다. 그는 미국 외과 전문의 겸 유명 작가인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빌려 ‘도움을 받는 삶은 도움을 받는 죽음보다 훨씬 어렵지만, 훨씬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최근 가슴 아픈 일을 겪었거나 감정 조절이 힘든 상태의 독자라면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 이 책들을 펴길 권한다. 두 책을 만나기 직전, 기자의 지인이 여행지에서 가족과 함께 청천벽력처럼 먼 길을 떠났다. 선하고 성실했던 그가 남긴 모든 것에 경의를 표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