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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이어진 수요시위… “日 진심의 사죄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것”

입력 | 2019-08-15 03:00:00

위안부 기림의 날 맞아 세계연대집회




14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이곳에서 열린 1400번째 수요시위에 참석한 김혜원 정의기억연대 고문(84)은 “1차 수요시위를 1992년 주최했었는데 벌써 1400차가 됐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1992년 1월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첫 번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주도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김 고문은 “1400번의 시위를 거치는 동안에도 일본 정부가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것이 답답하다”며 “그래도 수요시위에서 함께 싸워주는 젊은 세대들을 보면 희망이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14일 열린 수요시위는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를 겸해 열렸다. 이날은 정부가 정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1924∼1997)가 최초로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린 날이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시민 2만여 명(주최 측 추산)은 한목소리로 일본 정부의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 초등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한 고령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시위 참가자들은 나비 모양의 노란 손팻말을 흔들며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라”는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이들이 손에 든 피켓에는 ‘기억하라 한국, 사죄하라 일본’, ‘공식사죄 법적 배상’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해외 유학생들과 외국인들도 시위에 참가했다. 미국 예일대에 다니는 유민승 씨(24)는 수요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예일대 학생모임 ‘Yale Stands With Comfort Women(예일대가 위안부 피해자를 지지한다)’을 이끌고 있는 유 씨는 “10월에 예일대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학술행사를 개최할 것”이라며 “지난해 여름 정의기억연대에서 인턴을 했던 것을 계기로 이번 1400차 수요시위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가 시위가 열리는 것을 보게 된 러시아인 이반 씨(44)는 “오늘에서야 일본군의 만행을 알게 됐다”며 “다른 시위와 달리 청소년들이 중심이 돼 공연도 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이 경이롭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수요시위 현장에서는 각국에서 보내온 영상 메시지도 공개됐다. 우간다에서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 찬 르웨데페 씨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후세의 아이들이 평화롭게 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일본군성노예 및 강제연행피해자 문제 대책위원회’는 연대성명서를 통해 “1400차 수요시위가 여러 나라들과의 반일 공동행동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날 세계 곳곳에서도 위안부를 기리는 연대집회가 열렸다. 정의기억연대는 “서울과 부산, 경기 안양, 수원 등 국내 13개 도시뿐 아니라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일본, 대만, 독일, 영국, 우간다를 포함한 11개 나라 24개 도시에서도 위안부 기림 연대집회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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