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미리 본 이리나 콜레스니코바의 ‘백조의 호수’ 28일~내달1일 SPBT 서울공연
이리나 콜레스니코바는 “비싼 티켓 때문에 발레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젊은층에게도 무용수로서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달 말 내한을 앞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시어터(SPBT)의 ‘백조의 호수’가 3일 대만 타이베이 국립극장에서 먼저 선보였다. 최고의 러시아 클래식 발레단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SPBT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콘스탄틴 세르게예프가 새롭게 안무를 짠 ‘백조의 호수’를 선보였다. 왕자가 악마의 날개를 찢고 오데트 공주가 걸린 저주를 푸는 해피엔딩 버전.
이 작품은 뭣보다 수석무용수 콜레스니코바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활처럼 굽은 발등과 온 몸을 지탱하기 위해 꼿꼿하게 선 발끝에서 안정적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회전이나 점프 동작을 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가 이어졌다. ‘철의 여인’이란 별명처럼 전날까지 ‘라 바야데르’의 고강도 연기를 선보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상체 동작 하나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두 팔과 등 근육, 눈빛을 활용한 연기는 명불허전. 반면, 다른 무용수들의 군무와 동선은 다소 산만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춤을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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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가 곧 인생인 그녀는 서른아홉 나이에도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팬들의 사랑 때문에 무대에 오를 수 있다”지만 식단 관리, 기초 훈련으로 누구보다 철저히 몸을 관리한다. 커피는 입에도 안 댄다. “오래 춤을 췄지만 지금도 기술적으로 점점 더 다양한 레퍼토리에 욕심이 난다”며 ‘고인 물’이 되길 거부했다. 신체적 나이와 은퇴를 연결짓는 생각은 그 앞에서 무색해졌다. “전 아직 더 춤추고 도전하고 싶어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시어터(SPBT)가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무대에 올린 ‘백조의 호수’ 공연. 이리나 콜레스니코바와 게스트로 초청된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호흡을 맞췄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김기민 덕분에 한국 무용수와 관객에게는 각별한 느낌이 들어요. 그는 퍼포먼스 차원을 넘어 감정적으로 교감하게 만드는 특별한 무용수거든요. ‘서로를 위해 조율된 한 쌍의 바이올린’처럼 언젠가 한국 관객 앞에서 그와 아름다운 협연을 펼치고 싶어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12만 원. 8세 관람가.
타이베이=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