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에 날개를]동아일보-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공동 캠페인 강릉 연곡해변 찾은 ‘책 읽는 버스’
강원 강릉시 연곡해변캠핑장에 ‘책 읽는 버스’가 떴다. 피서를 온 학생들이 4일 소나무 숲 가운데 그네에 앉아 ‘책 읽는 버스’에서 책을 읽고 있다. 버스 앞에서는 배지 만들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강릉=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책 읽는 버스’는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운영하고 KB국민은행이 후원하는 이동도서관이다. 대형버스를 개조해 서가와 영상·음향시설, 긴 의자를 설치하고 책 1000여 권과 DVD 100개를 들여놨다. 평소 도서관이 먼 산간 도서 지역의 마을이나 농어촌,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 현장을 다니는데 이번에는 휴가철을 맞아 강원도의 캠핑장을 찾은 것.
친구 사이로, 가족들이 함께 피서를 온 설유빈 양(서울 월촌초 6)과 서예린 양(서울 가락초 6)이 나란히 버스에 올랐다.
“소나무 향기가 나는 곳에서 책을 보니 읽고 싶은 기분이 더 나네요.”(서 양)
스토리텔링 행사가 열린 ‘책 읽는 버스’ 내부 모습.
“공부를 할 때!” “시험을 볼 때!” “6교시 할 때!”
버스 안에 둘러앉은 초등학생 20여 명이 동화 ‘눈물바다’(서현 지음)를 함께 읽은 뒤 “언제 화가 나?”라는 물음에 큰 소리로 외쳤다. 강릉에서 독서치료를 접목한 심리상담소 ‘마음놀이터’를 운영하는 최혜경 씨(52)가 자원봉사자로 나서 같이 책을 읽고 다섯 글자로 자신의 감정에 관해 답하도록 한 것. 아이들은 “게임 졌을 때” “만화 못 볼 때” 슬프다고 했다. 종종 학교에서 독서 수업을 한다는 최 씨는 “학교생활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며 “‘책 읽는 버스’처럼 놀러 와서 느긋하게 책을 보는 자유로움을 학교에서 독서할 때도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책을 읽을 때!” “여행을 갈 때!” “지금 이 순간!”이었다. 기훈 군(광명 철산초 4)은 “독서 선생님이 특별한 일이 없어도 웃으면 행복해진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책 읽는 버스는 피서객들이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고 책을 빌려가도록 한다. 날마다 50권 정도를 대여한다. 각자 숙소에서 보고, 다음 날 오전 반납하면 된다. 종종 “뭘 보고 날 믿고 책을 빌려주느냐”, “내가 책을 안 돌려주면 어쩌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독서가들의 인성을 믿는다”는 게 운영진의 말이다. 실제 책 회수율은 ‘99.9% 이상’이라고 한다. 최현진 씨(41)는 김애란 소설가의 ‘바깥은 여름’을 빌려가면서 “휴가 오면서 가족들이 집에서 책을 한 권씩 챙겨왔는데, 안 갖고 와도 될 뻔했다”고 말했다.
버스에 오른 한 학생은 ‘책버스’로 삼행시를 이렇게 지었다. “책을 읽는 것은/버려지는 시간들을/스스로 구원하는 기회다.”
이날 버스에서는 배지 만들기, 논어와 탈무드 등의 포켓북 배포 행사도 열렸다. ‘책 읽는 버스’는 8일까지 연곡해변캠핑장에 머무르고, 10∼12일에는 경남 통영한산대첩 축제 현장을 찾아간다. 책 읽는 버스 방문 신청은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