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개봉 ‘엑시트’의 액션 제작기 칠순 잔칫날 들이닥친 재난, 산악부 출신 두 남녀의 탈출기 완강기-쓰레기봉투-앰프 이어 간판-외벽장식도 탈출도구 변신 클라이머 김자비 제작과정 참여… 주연배우-감독도 암벽타기 ‘과외’
영화 ‘엑시트’의 클라이밍 액션은 조정석, 임윤아 두 주연 배우와 이상근 감독이 직접 클라이밍 훈련을 받으며 기초를 닦아 완성됐다. 의주(임윤아)가 대학 산악부 동아리에서 클라이밍하는 장면. CJ ENM 제공
24일 서울 강동구 영화제작사 ‘외유내강’에서 만난 이상근 감독이 겸연쩍어하며 고백했다.
‘수직 상승 액션’은 꼼꼼한 사전 준비와 실제 훈련으로 이뤄졌다. 클라이밍 애호가 관객들이 보며 쓴웃음을 지을까 봐 이 감독은 ‘기본 동작만큼은 제대로 찍자’ 생각했다. 로프로 매듭을 만드는 배우들의 손동작도 수백 번 반복해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자동반사로 나올 정도로 연습을 거쳤다. ‘루트 파인딩(길 찾기)’이나 ‘완등 가자!’ 같은 대사는 실제 클라이밍 스포츠에서 쓰는 표현이다.
용남과 의주가 밧줄에 의지해 아슬아슬하게 건물 사이를 오갈 때마다 관객들도 함께 긴장감으로 빠져드는 이유는 헬스장 건물과 보습학원 건물 사이의 간격이 그만큼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틈날 때마다 을지로 등을 걸어 다니며 실제 건물 간격을 확인하고 건축 조례까지 찾아봤어요. 건물 사이 간격이 불과 3, 4m일 때 느껴지는 긴장감이 이번 영화만의 특징입니다.”
용남이 타고 오르는 건물은 돌잔치, 칠순잔치에 특화된 컨벤션센터. 도심 속 웨딩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묘하게 촌스럽고 겉도는 그리스 신전 같은 장식들이 영화에서는 탈출을 위한 클라이밍 루트가 된다. 김자인 선수의 오빠이자 클라이밍 챔피언인 김자비 선수가 두 주연 배우를 훈련시키는 한편으로 영화 제작 단계부터 미술팀과 협업했다. 김 선수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지목한 루트에 한국 특유의 대형 원색 간판이나 건물 장식을 배치해 동선을 구성했다. 건물의 높이, 양팔을 벌렸을 때 닿을 수 있는 벽돌의 위치까지 디테일한 조언이 반영됐다. 덕분에 용남과 의주는 건물 외벽에 달린 킹크랩 모형이나 치과 간판, 사자 머리 장식을 타고 끊임없이 탈출로를 찾는다.
쓰레기봉투와 테이프(왼쪽 사진), 완강기 밧줄(오른쪽 사진)등 생활 속 소재를 탈출 도구로 활용한 것이 ‘엑시트’의 또 다른 볼거리다. CJ ENM 제공
“아무리 보잘것없는 재주라도 적재적소에 쓰일 날이 분명히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위기를 타개할 때 우리가 느낀 카타르시스를 관객들도 함께 느껴 주시겠죠?”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