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나뭇가지에 빗방울이 맺혀 있다. 한편 지난 19일 6월 임시국회 기간이 끝나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는 일단 무산됐다. © News1
약 6조7000억원 규모의 이번 추경안은 24일 기준 91일째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역대 두 번째로 길었던 2008년 추경안 체류 기간과 같은 것으로, 내달 9일을 넘기면 역대 가장 길었던 2000년 107일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8월 임시국회에서야 추경안 논의의 배톤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짙어지고 있어,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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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추경 처리와 관련한 한국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모습이다. 한국당이 경제원탁토론회에 이어 북한 목선 국정조사,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으로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 조건을 계속 변경해 왔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한국당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가져갔음에도 정치개혁특위 1소위원장직을 재차 요구하자 신경전이 더욱 거세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이 추경을 처리하겠다고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더이상의 협상은 소모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가 연일 추경 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단에 가까운 발언이다.
한국당은 정부와 여당이 ‘총선용 추경’으로 실정을 무마하려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추경 심사 중단을 선언한 예결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는 증액 규모가 기존 1200억원에서 3000억, 이어 8000억 규모로 늘어난 점을 들어 ‘깜깜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왼쪽 두번째)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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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우리는 집권여당으로서 국정운영을 잘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것이고, 한국당은 일본 사태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도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8월 이전에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야는 최근 문희상 의장이 주재한 원내대표간 회동 이후 수석 간의 물밑협상을 비롯한 어떠한 접촉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원내의 한 의원은 뉴스1과 만나 “7월 임시국회는 열리기 힘들 것”이라며 “사실상 추경 무산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당 원내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들이 지역구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최소한 국조와 같은 명분 없이는 추경안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