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성장률 ‘동반 하향’
금융 시장에서는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춘 점은 긍정적이지만 경기를 떠받치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금리도, 성장률 조정 폭도 시장 예상 추월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으로 8월을 점쳐 왔다.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앞서 금리를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금융투자협회가 금융업계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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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시기뿐 아니라 이날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락 폭(2.5%→2.2%)도 시장의 전망보다 컸다. 성장률 전망치를 한꺼번에 0.3%포인트 낮춘 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졌던 2015년 4월(3.4%→3.1%) 이후 4년 3개월 만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은 전망치가) 2.3%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4∼2.5%다.
문제는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악재가 이어짐에 따라 성장률 2.2% 달성도 불안하다는 점이다. 특히 일본의 경제 보복이 다른 분야로 계속 확산될 경우 한국 경제가 받을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수출과 투자가 더 어려워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로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1.8%), 노무라증권(1.8%), ING그룹(1.5%) 등 일부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이미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대로 보고 있다.
○ “금리 인하, 성장률 제고에 제한적 효과 그쳐”
한은이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크게 늘고 부동산 가격이 뛰면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낮추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추가 인하의 여지는 열어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인하 여부에 대해 “통화 정책과 대외 변수의 영향, 금융 안정을 보면서 가장 적합한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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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금리를 낮추면서 현재 연 2.25∼2.50%인 미국 기준금리와의 차이도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 유출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이 이달 30,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사실상 금리를 낮춘다는 신호를 주면서 한은도 금리 차 확대에 대한 부담을 덜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31%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2.5원 내린(원화 가치 상승) 1178.8원으로 마감돼 금리 인하가 시장에 준 영향은 거의 없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