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턴 리비에르, 공감, 1877년.
화면에는 파란 드레스를 입은 어린 소녀와 하얀 개가 등장한다. 실내 계단에 앉아 있는 소녀는 엄마에게 야단이라도 맞은 건지 무척 우울해 보인다. 옆에 앉은 개는 위로하듯 소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그림 속 모델은 화가의 딸 밀리센트로 꾸지람을 들은 후 ‘반성 계단’에 앉아 벌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소녀의 눈빛에선 반성보다는 억울함과 슬픔이 더 커 보인다.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속상하고 외롭다는 표정이다. 소녀의 마음을 알아채고 위로를 건네는 건 오직 반려견뿐이다. 화가는 야단을 맞고 골이 난 딸아이의 모습을 잘 기억해 뒀다가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친구처럼 서로 교감하는 어린 소녀와 개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보는 이들을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1878년 이 그림이 런던 왕립예술원에 처음 전시됐을 때 평론가들의 찬사는 엄청났다. 저명한 평론가 존 러스킨은 지금까지 자신이 봐왔던 왕립예술원 작품들 중 ‘최고의 그림’이라고 치켜세웠고, 각종 신문과 잡지들도 앞다퉈 호평을 쏟아냈다. 인기를 증명하듯 복제화 주문이 줄을 이었고, 리비에르는 자신의 그림을 수백 점 이상 모사해야 했다. 서로 말은 안 통해도 교감하고 소통하는 아이와 개의 모습은 어른들에게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