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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다문화 관련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문화인들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며칠 전 평화로웠던 네트워크에 재난과도 같은 사건이 터졌다. 급한 대로 확인해 보니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이 다문화가족 행사 축사에서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잡종”이라는 적절치 않은 표현으로 지칭했다는 소식이었다. 잡종이란 말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검색해봤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표현으로 다문화 자녀를 비유했다.
과학사전 정의에 따르면 잡종이란 ‘이계간(異系間), 이품종간, 이종간, 이속간(異屬間) 등 유전적 배경이 다른 것끼리 교잡하여 생긴 개체’다. 그렇다면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은 인간이 아니라는 말인가. 사실 말꼬리를 잡고 문제를 제기하고 싶진 않다. 다만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자 입에서 적절하지 않은 용어가, 심지어 당사자들이 보는 앞에서 나와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익산시장은 사과문을 비롯해 여러 경로로 사과 입장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문화가족들 중 많은 이들이 “익산시장 사퇴하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한 사람이 사퇴해서 해결이 될 문제가 절대 아니다. 한국 사회에는 외국인 노동자 비롯해 다문화가족을 혐오하고 비하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진정한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면 조금 더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대로 된 사과를 받기 위해서 제대로 된 접근이 필요하다. 무조건 시위하고, SNS에 ‘자진 사퇴하라’는 글을 올리기만 하면 다문화가족이 역으로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필자 또한 용서 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다시 보니 시장이 사퇴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도 아니고, 결혼이주 여성들 또한 너무 전투적으로 이 일에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전투도 전략이 필요하듯 이번 일을 통해 진지하게 우리 다문화가족 및 자녀들이 이 사회에서 이와 같은 발언과 발표문이 나오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결혼이주 여성들이 대한민국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고 사랑하는 자녀들이 이 곳에서 대한민국의 인재로 자라고 있다.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