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행을 확정한 날인 12일(한국시간). 경기 시작을 한참 앞둔 시간부터 폴란드 르불린의 ‘아레나 루블린’ 앞에는 한국 응원단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대구에서 섬유 무역을 하는 박규정 씨(53)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사업차 폴란드에 왔다가 “역사적인 순간을 보고 싶어” 사업을 하다 알게 된 지인들과 경기장을 찾았다.
박 씨가 폴란드 바르샤바로 온 날은 한국이 8강에서 세네갈을 꺾은 9일이었다.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연장전 도중 집을 나와 ‘역대급 명승부’였던 승부차기 결과를 뒤늦게 안 게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을 에콰도르와의 4강에서 완전히 풀었다는 게 박 씨의 얘기다. 그는 “10년 넘게 폴란드를 연 4회 이상 오고가다 보니 이런 운수 좋은 날도 있다. 애초 현지시간으로 토요일인 15일 오전에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했는데 그날 저녁에 열릴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까지 보고 가기 위해 스케줄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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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1만5243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레나 르불린은 관중으로 가득 찼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처럼 한곳에 운집해 있지는 않았지만 관중석 곳곳에서는 “대~한민국”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젊은 심장들을 더 강하게 뛰게 만든 또 하나의 힘이었다.
루블린=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