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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6·25참전 노병의 ‘현충일 시구’

입력 | 2019-06-07 03:00:00

화살머리고지 전투 박동하 옹 “평화 위한 장병들 소중함 일깨워”
타석엔 유해발굴작전 박형준 대위 “참전용사 희생 다시 마음에 새겨”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과 SK 경기를 앞두고 6·25전쟁 격전지였던 강원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전했던 박동하 옹의 시구를 이 일대에서 전사자 유해 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전을 수행 중인 박형준 대위가 시타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시구·시타에 앞서 거수경례로 호국선열들의 넋을 기리고 있는 박 옹(왼 쪽)과 박 대위의 모습. 국방부 제공

현충일인 6일 오후 5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 등번호 ‘625’번을 달고 군 위장 무늬가 새겨진 야구 모자를 쓴 백발노인이 마운드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이날의 시구자 박동하 옹(91)은 타석을 향해 꼿꼿한 자세로 거수경례를 했고, 시타를 준비하던 박형준 대위(29)가 경례로 화답했다. 경례를 마친 후 박 옹이 던진 공은 느리게 포물선을 그리며 포수 앞으로 흘러갔고, 관중석에선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국방부가 이날 호국보훈의 달 기념으로 준비한 키움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 프로야구 경기 사전 행사. 6·25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전한 박 옹이 시구하고, 이곳에서 전사자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에 투입된 박 대위가 시타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시구·시타에 앞서 ‘화살머리고지 전투’로 연결된 두 사람의 사연을 담은 1분 남짓한 다큐멘터리 영상이 고척스카이돔 화면을 채웠다. 박 옹은 6·25 당시 프랑스대대에 배속돼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참전한 후 일등중사로 전역했다. 화살머리고지 전투는 강원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국군·미군·프랑스군과 중공군 간에 치열한 고지 쟁탈전이 전개됐던 전투. 박 옹은 “현충일 프로야구 시구자로 선정돼 기쁘고, 화살머리고지 전투에 함께 나섰던 전우들 생각도 많이 난다”며 “시구를 통해 이 순간에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국군 장병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박 옹의 공을 기다린 박 대위는 육군 5사단 소속으로 현재 화살머리고지에서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박 대위는 “화살머리고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참전용사들의 유해와 유품을 직접 확인할 때마다 대한민국 국군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새기고 한 분이라도 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방부 군악대대의 애국가 제창과 묵념에 이어 참전용사 유가족, 현역장병을 초청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추모와 감사 분위기를 더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