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후인 2015년 10월, 자체 개발한 새 전동차를 보기 위해 다시 찾은 김정은이 갑자기 간부들에게 “오플라(opla)가 뭔지 아나?”고 물었다. 오플라는 넉 달 전인 같은 해 6월 미국 디자이너 파테메흐 바테니가 공개한 1인용 ‘스탠딩 체어’ 이름이다. 선 채로 엉덩이만 살짝 걸치는데다, 앉는 부위가 실리콘이라 미끄러지지 않아 허리에 부담이 적다고 한다. 높이도 3단계(23, 27, 31인치)로 조절할 수 있다. 답변을 하지 못해 땀을 뻘뻘 흘리는 간부들 앞에서 김정은은 오플라가 건강에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듬해 1월 1일, 평양에서 이 신형 지하전동차가 운행을 시작했다. 전에 없던 노약자석과 임산부석을 만들고, 자칭 인민 친화적으로 손잡이와 의자를 분홍색으로 칠했지만 당시 북한이 공개한 홍보영상과 지난해 일본 교토통신이 공개한 평양 지하철 영상에 오플라 의자는 없었다. 김정은이 당시 시찰에서 “전동차가 미남자처럼 잘생겼다”며 전체적으로는 만족한 걸 보면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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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사정이 열악한 북한에서는 평양~함경북도 청진(약 700㎞)까지 공식열차 시간표 기준으로 27시간 43분이 걸린다. 의식주도 최빈국 수준이다. 김정은 스스로 “흰 쌀밥에 고깃국은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평생 염원”이라고 한 게 불과 두 달여 전이다. 나라는 식량 원조를 받아야 할 처지고 교통 인프라는 세계 최하 수준으로 낙후됐는데, 최고지도자는 최신형 의자 스타일을 꿰면서 이를 강조하니 뭔가 어색하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