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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에도 닥친 화웨이 전쟁, 안보-경제 한 묶음으로 지켜내야

입력 | 2019-05-24 00:00:00


미국 정부가 여러 외교 채널로 한국 정부에도 중국 화웨이 제품의 사용 중단을 요구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화웨이 문제로 충돌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우리에게도 튄 것이다. 2년 전 미중 사이에 낀 어정쩡한 상태에서 중국의 경제보복을 당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의 재판이 우려된다.

화웨이는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굴기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더불어 차세대 통신 5세대(5G) 기술에서 미국보다 앞서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화웨이 제재 동참을 요구한 명분은 각국에 구축된 화웨이 통신시설을 통해 국가 안보 정보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화웨이 전선에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는 적극 동참하고 있다. 퀄컴과 인텔 등 미국 내 화웨이 협력업체 30곳이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세계적 반도체 설계회사인 영국의 ARM도 화웨이와 거래 중단에 나섰다. 일본 파나소닉도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다.

우리로서는 중국의 반발도 무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중 수출은 1622억4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6.7%를 차지했다. 이는 대미 수출 727억5000만 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화웨이와 거래하는 국내 반도체와 통신장비, 협력업체의 이해관계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한국에선 LG유플러스가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이용해 5G 통신망을 구축했으며 100여 개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기업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화웨이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도 있으며 아무런 전략 없이 손놓고 있을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진행방향과 국내 업계 상황을 살피며 전략을 세워야 한다.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는 위기에서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제관계에서 안보와 경제는 두 개의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특히 미국은 지금 중국과 벌이는 무역협상을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안보와 가치 전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 동맹의 근간을 더 굳건히 다지면서 전략적이고 순발력 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 미국 조야에서 한국의 경제·외교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불필요한 갈등은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