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오노레 프라고나르 ‘그네’, 1766년경.
배우자의 외도는 결혼한 사람이 겪는 가장 파괴적이고 고통스러운 경험이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문학이나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미술에도 끊임없이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18세기 프랑스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가 그린 이 그림 역시 파리 귀족층의 외도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울창한 숲 속에서 젊은 귀부인이 그네를 타고 있고, 덤불 속에 숨은 그의 젊은 정부는 거의 드러누운 자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부인의 휙 들린 치마 속을 향해 뻗은 남자의 팔과 공중에 벗어던진 여자의 슬리퍼는 두 사람간의 성적 행위를 암시한다. 나이 든 남편은 아무 눈치도 못 채고 즐겁게 부인의 그네를 밀고 있다. 왼쪽의 큐피드 조각상은 외도의 비밀을 지켜주려는 듯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고 있고, 가운데 아기정령 ‘푸티’들도 이들을 말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정절을 상징하는 하얀 애완견만이 남편 앞에 서서 불륜을 경고하듯 크게 짖어대고 있지만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 그림은 궁정관료였던 생 줄리앙 남작이 주문한 것으로 불륜커플의 모델은 바로 본인 자신과 그의 정부다. 남작은 원래 주교가 그네를 미는 장면으로 다른 화가에게 먼저 의뢰했으나 그 화가가 위험한 주제에 경악해 거절하면서 젊은 프라고나르가 맡게 된 것이다. 영리한 프라고나르는 기꺼이 의뢰를 받아들이는 대신 주교 얼굴은 일반 남성으로 대체했다.
쾌락주의와 관능미, 경쾌함까지 갖춘 그의 그림들은 루이 15세 및 그의 정부 퐁파두르 부인과 귀족층을 단숨에 매료시켰고 화가는 당시 유행하던 로코코 미술운동의 핵심인물이 되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