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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임신도 낙태금지… 초강력 금지법에 美시끌

입력 | 2019-05-17 03:00:00

보수색 짙은 앨라배마주 상원 통과
주지사 “생명 소중함 지키는 법안”, 힐러리 “여성 생명권에 대한 공격”




보수 성향이 강한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가 15일 성폭행 및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의 낙태까지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올 들어 조지아주, 켄터키주, 미시시피주, 오하이오주 등에서도 태아가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임신 6주 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이 등장했다. 이 와중에 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낙태금지법까지 등장해 미 전역이 격렬한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 주지사(공화)는 임신부 생명이 위험한 사례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낙태 시술을 한 의사는 최고 99년형을 받을 수 있고, 시술 시도만 해도 최대 10년형이 가능하다. 아이비 주지사는 성명에서 “이 법안은 모든 생명이 소중함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라고도 주장했다.

법안의 효력은 6개월 후에 발생한다. 다만 시민단체 등이 반대 소송을 제기하면 연방대법원 지지를 얻어야 효력이 생긴다. 이에 이 법안이 연방대법원의 기존 판결을 뒤집는 게 목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방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통해 임신 후 6개월(약 28주) 내 낙태를 허용했다. 이후, 대법원은 1992년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채 낙태 가능 기간을 24주로 줄였다. 법안을 상정한 테리 콜린스 앨라배마 하원의원(공화)은 “이 법은 ‘로 대 웨이드’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판사를 연방대법관에 앉혔다. 이에 연방대법관 9명 중 5명이 보수 인사로 채워졌다. 캐버노 인준 당시에도 낙태에 대한 그의 입장은 ‘뜨거운 감자’였다. NYT는 캐버노가 2003년 한 이메일에 “모든 법학자가 ‘로 대 웨이드 판례’의 선례 구속력이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법원은 선례를 뒤집은 적이 있다”고 썼다고 전했다. 보수 진영이 1973년 대법원 판례 변경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이유다.

낙태 찬성파 및 민주당 인사들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여성의 생명권과 자유에 대한 끔찍한 공격”이라고 했고,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도 “여성 건강을 돌보는 의사를 범죄자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가수 레이디 가가, 밀라 요보비치와 크리스 에번스 등 유명 배우도 가세했다. 요보비치는 이날 자신의 낙태 경험을 밝히며 “어떤 여성도 낙태를 원치 않지만 우리는 필요할 때 안전하게 낙태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