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20일스페인마드 리드에서열린빈스마트스 마트폰 모델 발표회. 빈그 룹계열스마트폰제조업체 인 빈스마트는 2년 안에 유 럽 시장에서 5대 스마트폰 브랜드에 진입하겠다는 목 표를밝혔다. 빈그룹홈페이지캡처
최근 외신을 통해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민 회사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화웨이나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업체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베트남 업체인 ‘빈스마트’였다.
캐서린 응우옌 빈스마트 사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따라 잡겠다”고 밝혔다. 빈스마트는 스페인 스마트폰 제조기업인 BQ와 제휴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스마트폰 생산을 시작했다.
● ‘베트남의 삼성’…한국을 벤치마킹하다
빈그룹은 삼성그룹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 우선 두 곳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국 내 1위 그룹이다. 시가총액이나 자산 규모 등이 해당 국가의 2위 그룹을 압도한다.
초기 사업 업종도 비슷하다. 삼성그룹은 고 이병철 회장이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설립한 후 ‘별표 국수’를 팔아 큰돈을 벌었다. 빈그룹도 팜낫브엉 회장이 우크라이나에서 ‘테크노컴’이라는 라면 회사를 세우면서 본격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두 그룹 창업자는 모두 유학파이다. 이병철 회장은 일본 와세다대에서 수학하며 국제 감각을 키웠다. 팜낫브엉 회장은 구소련에서 공부를 했다. 수학을 잘했던 팜낫브엉 회장은 소련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돼 모스크바 지질탐사대에서 학문을 닦았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 전략도 비슷하다. 삼성은 제일제당, 제일모직 등 경공업 분야에서 자본을 축적한 뒤 유통, 전자, 화학, 건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빈그룹은 라면 사업에서 번 돈을 베트남 부동산 건설 시장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유통, 전자, 자동차, 헬스케어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빈그룹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도 많아
SK그룹은 국내 사모펀드들과 함께 빈그룹 지분을 10억 달러 정도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이번 지분 투자는 지난해 8월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E&S 등 주요 SK그룹 계열사들이 함께 설립한 투자전문회사인 SK동남아투자회사가 주도하고 있다. 앞서 한화자산운용도 지난해 8월 빈그룹에 4억 달러 규모 지분 투자를 했다. LG화학도 최근 빈그룹 계열사인 빈패스트와 현지에 배터리팩을 제조하는 합작법인 ‘VLBP’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박용대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빈그룹은 성장잠재력이 큰 베트남에서 지배력 1위 기업”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베트남 국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더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한 투자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정경유착 리스크가 문제
최근 베트남 수사 당국은 팜낫브엉 회장의 친동생인 팜낫부 전 AVG 회장을 구속했다. 팜낫부 전 회장이 민간 유료 TV서비스 업체인 AVG를 베트남 국영 이동통신사 모비폰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다. 이번 사건은 전 정보통신부 장관, 전 총리의 딸 등이 얽힌 스캔들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팜낫부 전 회장과 팜낫브엉 회장이 사실상 사업 파트너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팜낫브엉 회장이 과거 우크라이나에서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일한 창업 공신이라는 점에서다. 베트남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빈그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송진흡기자 jinhu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