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요정’은 방망이도 잘 친다.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은 올 시즌 완벽한 수비를 펼치며 찬사를 받고 있다. 1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는 1-1 동점이던 8회 결승 2점 아치도 터뜨렸다. 사진은 홈런을 확인한 뒤 세리머니를 하며 달려가고 있는 오지환. 창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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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BO리그 유격수 가운데 가장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는 선수는 오지환(29·LG 트윈스)이다. LG 류중일 감독도 “요즘은 수비가 안정적이니 투수들이 잘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LG 내야에 안정감이 생겼다는 의미다.
유격수는 내야에서 가장 넓은 수비범위를 책임져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확한 송구능력과 순발력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그만큼 수비 부담이 크다. 아마추어 시절 대형 유격수로 꼽혔던 자원들도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내는 유격수는 단번에 ‘야구 잘하는 선수’로 인식된다. 그만큼 주전 유격수를 키워내는 과정은 험난하다.
오지환도 2009년 1차지명으로 입단해 2010시즌부터 풀타임 유격수로 뛰면서 엄청난 성장통을 겪었다. 뛰어난 공격력을 지녔지만, 유격수로서 기본기를 쌓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했다. 경기고 시절에도 투수와 내야수를 번갈아 맡았다. 한마디로 ‘전문 유격수’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평범한 타구를 처리하는 데도 보는 이들의 애간장을 태우기 일쑤였다. 시즌을 치르면서 발전한 덕분에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유격수로 자리 잡았지만, 데뷔 초에는 엄청난 마음고생을 했던 게 사실이다.
수비만 놓고 봤을 때 2019시즌 최고의 유격수는 단연 오지환이다. 17일까지 10개구단 유격수 가운데 최다인 186.2이닝을 소화하며 단 하나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았다. 비단 이 뿐 아니다. 총 69개의 타구 가운데, 한 차례 내야안타를 제외한 68개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타구 처리율이 무려 98.55%에 달한다. 실책만 계산하는 수비율과는 다른 개념이다. 단 하나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았으니 오지환의 수비율은 100%다. 10차례의 병살 기회에서도 100%의 성공률을 자랑한다. 기록만으로도 오지환의 가치를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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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편안하게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게 유격수 수비”라고 강조한 그는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코치님께서도 잘 잡아주신다. 무엇보다 지금 투수들이 정말 좋다. 그런 상황에서 수비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