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에 퇴진 선언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인터뷰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16일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세대가 새 역사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퇴임 후에는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공헌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스타트업을 돕는 일과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인문학 강좌, 농장 경영 등을 언급했다. 동아일보DB
그는 최근 들어 사내외에서 4차 산업혁명의 급격한 변화와 AI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일본에서 나온 최신 AI 서적을 탐독한 뒤 그룹 내 주요 경영진이 읽을 수 있도록 추천했다. 더 나아가 반복되는 작업에 로봇을 적용하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도입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리도록 지시했다. RPA는 AI 도입 초기 단계의 자동화 기술로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단순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회장 직함으로 마지막까지 관심을 가진 업무였다.
―원양어선 한 척으로 일군 기업에서 50년 만에 물러난다. 앞으로 동원은 어떤 기업이기를 바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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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년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중요하게 여긴 것이 있다면….
“대학 졸업하고 배 타고 나가 파도와 맞서면서 죽을 고비도 겪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는 석유 파동과 외환위기 사태를 겪었다. 지나고 보니 그때가 오히려 추억으로 떠오른다. 평소에 신용의 중요성을 늘 강조해 왔다. 돈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불경기여서 돈이 돌지 않을 뿐이다. 동원의 역사를 보면 고비마다 성장해 왔는데, 이는 신용을 중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용 덕분에 1970년대 중반에 내 말만 믿고 외국에서 큰 돈을 빌려 배를 짓는 것도 가능했다. 100만 달러만 빌리려고 해도 은행 지급보증이 필요한 때였는데 그런 것이 가능할 정도로 신용을 쌓았다. 바다에서는 태풍 전후가 고비인데 그때 큰 승부가 난다. 신용이 있으면 위기가 기회가 되는 법이다.”
―후계자인 김남정 부회장에게 꼭 지켜야 한다고 당부한 것이 있나
“아들에게 해준 첫마디가 겸손하고 경청하라는 것이다. 아직 젊으니까 혼자 생각해서 실행하지 말고 여러 사람 의견을 경청하라고 당부했다. 변화가 하도 빠르니까 누군가 했던 거 쫓지 말고 책, 신문 자주 읽으면서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고도 부탁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한 조직의 흥망은 리더가 70∼80%를 좌우한다. 계속 공부해서 통찰력을 가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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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에게 인문학 강좌를 하며 보낼 예정이다. 작년에 연세대에서 ‘열등감의 효용에 대하여’를 주제로 강연했고, 11월에는 고려대에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연했다. 약 3년 동안 11개 대학에 라이프아카데미 강좌를 마련했는데, 이를 통해 인문학을 널리 전파하며 보내고 싶다. 스타트업을 돕는 일도 계획 중이고 경기 이천의 연수원에 마련한 농장도 꾸려가며 지낼 예정이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연혁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