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사건 보도뒤 동료들 총격사망 위협 굴하지 않고 신문발행 공로… 수상 소식에 말없이 껴안고 추모 트럼프 의혹 끝까지 추적한 NYT-WSJ 기자들도 수상
슬픈 영광 15일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 위치한 지역지 캐피털가제트의 편집국에서 릭 허첼 편집장(가운데)이 직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퓰리처상 위원회는 지난해 6월 편집국 내 총격 사건으로 5명이 희생된 캐피털가제트에 참사 다음 날에도 신문을 발행하는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공로로 특별감사상을 수여했다. 아나폴리스=AP 뉴시스
30대 백인 남성인 재러드 라모스는 2018년 6월 28일 캐피털가제트 편집국에 난입했다. 그는 2012년 캐피털가제트가 자신의 범죄적 희롱(criminal harassment) 사건을 보도해 명예가 실추됐다고 주장하며 지속적으로 기자들을 위협해 왔다. 그의 총격으로 존 맥나마라, 웬디 윈터스, 리베카 스미스, 제럴드 피치먼, 롭 히아슨 등 언론인 5명이 숨졌다. 캐피털가제트는 “언론에 대한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며 사고 다음 날에도 신문을 발행했다. 지난해 12월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5명을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등과 함께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로이터통신 김경훈 기자(아래쪽 사진)가 촬영한 2019년 퓰리처상 긴급뉴스 사진 부문 수상작. 온두라스 출신 마리아 메사(40)가 지난해 11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쌍둥이 딸들을 데리고 최루가스를 피해 급히 달아나는 긴박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퓰리처상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폐쇄 조치로 딱한 처지에 놓인 중남미 이민자(캐러밴)의 사진을 찍어 큰 반향을 일으킨 로이터통신의 김경훈 기자(45)는 한국 국적의 사진기자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김경훈, 마이크 블레이크, 루시 니컬슨, 로런 엘리엇 등 로이터 사진기자들은 지난해 11월 25일 이민자 행렬에 속해 있던 온두라스 출신 마리아 메사(40)가 미-멕시코 국경에서 5세 쌍둥이 딸을 데리고 최루가스를 피해 달아나는 모습을 담았다. 퓰리처상 이사회는 “이민자들의 긴박함, 절박함, 슬픔을 생생하고 선명하게 묘사했다”고 평했다.
로이터 도쿄지국에서 근무하는 김 기자는 1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캐러밴 사태에 대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진실된 보도를 했고 완성도 높은 사진을 찍었다고 자평한다.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진솔하고 솔직한 사진은 고유의 힘을 가질 뿐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2002년부터 로이터에서 일한 그는 최근 저서 ‘사진을 읽어 드립니다’를 출간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