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롯데 민병헌이 6회초 2사 1,2루에서 SK 두 번째 투수 박민호의 공에 맞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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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히 질주할 듯했던 롯데 자이언츠의 기세가 뚝 떨어졌다. 주축 타자들의 슬럼프 속에서 부상으로 이탈한 민병헌(32)의 얼굴이 거듭 떠오르는 상황이다.
롯데는 지난주 5경기를 모두 내줬다. 마운드가 버텨주는 날에는 타선이 터지지 않았고, 타선이 기세를 올릴 때면 투수진이 더 많은 점수를 내줬다. 전형적인 투타 엇박자였다. 7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에서 1이닝 16실점 불명예 신기록을 세우며 1-16으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내리 6연패다.
공교롭게도 롯데의 내리막은 민병헌의 부상 이탈 뒤 시작됐다. 그는 4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박민호의 투구에 왼 새끼손가락 골절상을 입었고, 뼈가 붙는 데만 6주 소요 진단을 받았다. 이때까지 타율 1위를 달리던 민병헌의 공백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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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헌은 1군 이탈 직전 “지난해 부상으로 아쉬움을 겪었다. 내가 없을 때 팀 성적이 나지 않으면 마음이 무거웠다”며 올해는 건강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경기 중 몸 맞는 공으로 인한 부상은 선수의 통제 범위 밖의 문제다. 남은 선수들이 민병헌의 자리를 메워주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다.
롯데는 민병헌 이탈 후 정훈과 손아섭에게 리드오프 자리를 맡기고 있다. 하지만 1번타자 타율은 0.188로 꼴찌 수준이다. 민병헌이 빠진 뒤 카를로스 아수아헤(타율 0.100), 손아섭(0.136), 이대호(0.290) 모두 해결사 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전준우가 타율 0.345, 2홈런으로 분전 중이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다. 롯데 선수단은 민병헌 부상 직후 “남은 우리가 그 몫을 메우는 것이 (민)병헌이 형을 위한 일”이라고 다짐해왔다. 이제 그 다짐을 지켜야 할 때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