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유일 駐佛대사 서영해 손녀 수지-스테파니 왕 씨
임시정부의 주프랑스대사 서영해의 손녀인 수지 왕 씨(왼쪽)와 스테파니 왕 씨.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국어를 하지 못하고, 외모에서도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두 자매의 입에선 ‘독립’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의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한 수지 왕 씨(49)와 스테파니 왕 씨(38)를 8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이들은 임정에서 유일한 주프랑스 대사를 지낸 서영해(1902∼?)의 손녀들이다.
1919년 중국 상하이에서 임정 요인으로 활동한 서영해는 1920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이후 그는 1929년 언론사 ‘고려통신사’를 설립하고, 소설 ‘어느 한국인의 삶의 주변’ 등을 발표했다. 언론과 저술 활동뿐만 아니라 국제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외교관으로서 역량을 펼쳐왔다. 당시 임정 외교가에선 “미국에는 이승만, 유럽에는 서영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스테파니 씨는 “건축가로 일한 아버지와 미술사를 전공한 언니, 그리고 생태학자인 나까지 학구적인 할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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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씨는 “할아버지의 저서를 번역해 유럽에 소개할 계획”이라며 “할아버지가 교편을 잡았던 연세대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등 앞으로 한국을 더 많이 찾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박물관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특별전 ‘서영해, 파리의 꼬레앙, 유럽을 깨우다’를 11일부터 6월 9일까지 선보인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